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고려시대 스님 등의 사리가 돌아왔다. 사리 이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15년 만이다.
17일 대한불교조계종은 봉선사 주지 호산 스님과 총무원 문화부장 혜공 스님을 비롯한 대표단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사리 기증 관련 행정 절차와 이운 의식을 마치고 진신사리를 인수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사리 등은 고려시대 공예품인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내에 있는 5개의 은제도금 팔각당형 사리구에 각각 담겨 있었다는 설명이다. 조계종이 받은 사리 등은 각각 가섭불·석가모니·정광불(연등불) 및 고려시대 스님인 나옹선사(1320∼1376)·지공선사(?∼1363)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에는 석가모니(1과), 지공선사(1과) 나옹선사(2과) 등 세 분의 사리 4과만 5개의 작은 사리구 중 3개에 각각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계종은 이들 사리 외에 가섭불 및 정광불과 관련된 여러 개의 편(片)을 이날 함께 인수했다.
가섭불(迦葉佛)은 석가모니 이전에 출현한 과거칠불(過去七佛) 중 여섯번째의 부처이며, 정광불(錠光佛)은 석가모니가 성불할 것이라고 예언한 것으로 알려진 부처다.
이들은 현세에 실존한 부처가 아닌 과거불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이날 전달된 편은 법구를 화장한 후에 나온 구슬 모양 결정체를 칭하는 일반적인 사리와는 차이가 있다고 조계종은 보고 있다. 다만 부처님의 법을 상징하는 넓은 의미의 사리로 이해할 수는 있다. 보스턴미술관은 이날 발표한 자료를 통해 이를 모두 사리(sarira)라고 표현했다.
사리를 돌려받기 위한 보스턴미술관과의 논의는 2009년 무렵 시작됐다. 애초에는 사리와 사리구를 함께 반환받고자 했으나 미술관 측이 사리만 줄 수 있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2013년 이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10년 간 중단됐던 협의는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보스턴미술관을 찾은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반환을 제안한 것을 계기로 다시 시작됐다. 이어 올해 2월 초 보스턴미술관, 조계종, 문화재청은 보스턴미술관이 사리를 조계종에 기증하고 고려시대 공예품인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를 일정 기간 한국에 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사리구 대여 방법이나 시기 등에 관한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봉선사 주지 호산 스님은 “마침내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역대 조사의 사리가 양주 회암사로 환지본처한다는 점에서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럽다”며 “이후 진신사리의 역사적, 종교적 위상과 가치에 맞게 여법하게 예경의 대상으로 봉안하여 모실 것”이라고 전했다.
매슈 테이틀바움 보스턴미술관장은 “종교적으로 매우 신성한 물건을 조계종에 기증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기념하는 공동의 임무를 위해 협력 관계의 지속을 기대한다”는 밝혔다.
혜공스님과 호산스님 등은 사리 등을 모시고 18일 귀국한다. 사리 등은 봉선사의 요청으로 문화재제자리찾기가 만든 사리구 재현품에 담겨 이운된다.
이어 19일 조계종 총무원이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사리 등의 귀환을 부처님께 보고하는 고불식을 하고 이를 계기로 취재진에게 사리 등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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