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그룹이 강원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입찰에서 담합을 벌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KH필룩스·KH건설·KH강원개발 등 KH그룹 산하 6개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510억 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17일 밝혔다. 또 공정위는 KH필룩스·KH건설 등 담합을 주도한 4개사와 배상윤 KH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KH그룹이 알펜시아리조트 자산 매각 공개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했다고 판단했다. 알펜시아리조트는 강원도가 2018년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약 1조 6400억 원을 투입해 지은 복합 관광 시설로 골프장 2개, 숙박 시설 3개, 스키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를 보면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는 2016년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작업을 본격화했다. 이후 강원도 측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공개 경쟁 입찰을 벌였지만 모두 유찰됐고 두 차례의 수의계약도 결렬됐다.
KH그룹은 5차 공개 입찰을 앞두고 매각 예정가가 1차 입찰 당시보다 약 30% 감액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담합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KH그룹은 KH필룩스를 통해 특수목적법인(SPC)인 KH강원개발을 세워 리조트를 낙찰받기로 했다. 유찰로 인한 일정 지연을 막기 위해 KH건설은 또 다른 SPC인 KH리츠(현 KH농어촌산업)를 세워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담합은 KH그룹 구상대로 진행됐다. 들러리인 KH리츠는 2021년 5차 입찰에서 매각 예정가에 근접한 6800억 10만 원에 투찰한 후 텔레그램을 통해 투찰가 등을 KH강원개발과 공유했다. 이후 KH강원개발은 6800억 7000만 원에 투찰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배 회장은 이 같은 담합 과정과 세부 사항을 모두 보고받고 승인하는 등 담합을 주도했다.
공정위는 공공자산 매각 입찰 담합에 대한 감시 수위를 끌어올릴 방침이다. 황원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입찰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들은 실질과 형식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제재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유찰 방지를 위한 담합도 잠재적 경쟁자가 후속 매각 절차에서 경쟁할 기회를 제한해 위법하다는 점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황 국장은 “공정위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자산 매각 입찰과 관련된 담합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며 “법 위반 적발 시 엄정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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