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은행(IB)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홍콩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인력에 대해 대대적 감축에 나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딜(계약) 가뭄이 이어지며 글로벌 금융사들이 비용 절감에 나선 데다 미중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이번 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약 50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인데 이 중 80% 이상인 40여명이 홍콩과 중국에 집중돼 있다.
한 소식통은 "이번 감원 계획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직원 400명 중 13%에 달하는 것"이라면서도 최종 감원 규모와 시기는 변동될 수 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의 이번 감원은 이 회사의 아시아 지역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수년 만에 단행하는 최대 규모의 감원이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했음에도 1분기 아시아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이 전년 대비 12% 감소한 17억4000만 달러(2조4000억원)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은행 HSBC의 모회사인 HSBC홀딩스도 이번 주부터 12명의 인력을 감축하며 이에 앞서 올해 초 UBS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일자리를 줄였다고 SCMP는 전했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도 최근 2년간 아시아에서 전례 없는 임원 감축을 실시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사들의 감원 바람은 이른바 ‘딜 가뭄’ 속에서 각 회사가 비용 절감에 나선 데다 미중 관계 악화와 중국 당국의 민간기업 단속, 중국과 홍콩 등의 부동산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SCMP는 분석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장기화한 부동산 위기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감원 바람 속에 일자리가 줄면서 아시아에서 근무하는 월가 투자은행 고위직들의 급여는 지난해 거의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홍콩 금융계에서는 과거에 누리던 호시절은 끝났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말 한때 잘 나가던 홍콩의 금융직 종사자들이 취업 빙하기에 직면해 있는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가 돼 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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