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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보험사기 빌런과의 결별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최근 ‘○○ 빌런’과 같은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빌런(villain)은 농장 노동자나 농부를 의미하는 라틴어 빌라누스(villanus)에서 유래됐다. 이들은 영주와 귀족들의 횡포로 차별과 가난·기아에 허덕였고 결국 도둑질 등의 범죄행위를 일삼게 됐는데 이로 인해 빌런은 악인·악당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됐다고 한다.

‘DC코믹스’의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조커는 배트맨과 대치하면서 불안정한 정신 상태와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대표적인 악당으로 자리매김했다. ‘범죄도시’의 장첸은 하얼빈 지역을 주름잡았던 조직폭력배의 두목으로 압도적인 눈빛과 살벌한 분위기, “내 누군지 아니” 등의 명대사를 남겼다. 이처럼 창작물에서는 빌런을 매력적인 악당 혹은 과도한 집착을 가진 괴짜 등으로 묘사하지만 현실에서는 부정적인 행동으로 공동체에 피해를 주는 사람을 지칭하는 비속어로 쓰이기도 한다. 주차 빌런, 도서관 빌런, 담배 빌런, 지하철 빌런 등이 그 예다. 각양각색의 빌런들 때문에 이를 다루는 언론 보도도 이제 식상해질 정도다. 문제는 빌런 행위의 만연으로 우리 사회가 이를 점점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고 심지어는 따라 하는 모방 행위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빌런은 보험 시장에서도 발견된다. 더 많은 보험금을 받기 위해 계약 체결 시 허위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고의적으로 사고를 조작하거나 과잉 청구하는 방법으로 보험금을 편취하는 행위가 빈발하고 있다. 이를 보험사기라고 한다. 2016년 시행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서는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또는 내용에 관하여 보험회사를 기망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보험사기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죄의식이 낮고 처벌 수위도 낮아 그 폐해를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보험사기는 공·민영 보험의 재정 누수를 초래해 선량한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는 범죄행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이 1조 1164억 원에 달하고 적발 인원은 11만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보험 시장 전반을 어지럽힌다는 점에서 ‘보험사기 빌런’이라는 용어 역시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제정 이후 처음으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해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번 개정을 통해 보험사기를 알선·유인·권유·광고한 사람을 보험사기 행위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되는 등 보험사기 예방과 적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서경에 ‘시불가실(時不可失)’이라는 말이 있다. 때는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번 특별법 개정안 시행이 보험 생태계를 위협하는 보험사기 빌런과의 결별로 이어져 건전한 보험 문화 정착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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