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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한국인으로…다문화 학생 힘 돼줄 것"

◆조상훈 한국폴리텍 다솜고 교장

국내 유일 기숙형 다문화 대안학교

중도입국·가정형편 어려운 학생 입학

함께 어울리며 밝게 크는 모습 보람

국적 취득 못해 취업 제약 안타까워

저출생 대응…제2,3 다솜학교 필요

조상훈 한국폴리텍다솜고등학교장




“학생들이 마음의 상처와 어려운 가정 형편에 위축된 듯한 모습을 보일 때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도 또래의 친구와 어울리면서 밝게 성장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끼죠. 이곳은 다문화 청소년을 당당한 한국인으로 키워내는 곳입니다.”

한국폴리텍다솜고등학교를 이끄는 조상훈(60) 교장은 충북 제천에 위치한 학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다솜고교는 다문화 가족 출신의 청소년을 단순히 돕는 차원의 교육 시설만은 아니다”라면서 “그들이 받는 교육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강조했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다솜고는 다문화 가족 청소년을 위한 기숙형 기술고등학교(학력 인정 대안학교)로 한국폴리텍대가 이들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사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2012년 설립했다. ‘다솜’은 사랑을 뜻하는 옛말이다. 조 교장은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던 친구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치유와 위안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고등학교는 서울과 인천 등 2곳에도 있지만 기숙사를 운영하는 곳은 이곳뿐이다. 학비와 기숙사비·교재비 등 일체의 비용은 무료다. 한국폴리텍대 캠퍼스에 들어선 까닭에 대형 공학관과 풋살장을 갖춘 체육관, 잔디광장 등 다양한 시설이 구비돼 있다. 한 학년에 3개 반 15명 씩, 모두 134명이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한국폴리텍다솜고 전경. 대학 캠퍼스를 개조해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다. 다솜고 홈페이지


“올 3월 10회 졸업생 대표가 ‘지난 3년간 학교는 자신의 집이었고 선생님들은 부모였다’고 답사를 했을 때 울컥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주고 작은 관심과 배려에도 크게 고마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언제나 힘이 돼주겠다고 선생님들이 다짐합니다.”

재학생 열에 일곱은 중도 입국 학생이다. 중도 입국 학생은 해외 또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해외(주로 어머니의 나라)에서 성장하다 한국에 들어온 학령기 이주 청소년을 의미한다. 결혼이민자(국적자와 혼인 관계에 있거나 혼인한 적 있는 재한 외국인)가 재혼하면서 아이를 한국에 오게 한 경우가 많다. 어릴 때 부모 이혼 및 가족 이별의 상처가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간혹 국내 가족으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해 방학이 되면 갈 곳이 없어 친구 집에 머무는 학생도 있다며 조 교장은 안타까워했다.



그는 “최근에는 국제결혼으로 부모 모두 해외에 살다 동반 입국한 청소년 등 새로운 유형의 중도 입국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부모의 국적도 개교 첫해에는 7개국에 그쳤으나 23개국(졸업생 전체, 올해 15개국)으로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교 이후 중국계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팬데믹 이후에는 베트남 출신이 가장 많다. 조 교장은 “올해 처음으로 모로코와 코스타리카 출신이 입학했다”며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 이민의 나라로 점차 변해가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목공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 다솜고 홈페이지


“국내 출생으로 우리 국적을 보유한 다문화 학생은 일반 고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중도 입국자는 언어 장벽이 있고 경제적 여건도 여의치 못합니다. 편견과 차별에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다솜고는 가정 형편이나 경제적 여건, 사회적 경험으로 인해 일반 고교를 다니기 어려운 학생에게 필요한 곳입니다. 그래서 재수·삼수를 해서 입학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조 교장은 “학생 수를 늘리거나 지방 다른 곳에 다솜고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며 “실제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제2·제3의 다솜고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다”고 전했다.

어렵게 입학해도 국적 취득 문제는 또 다른 관문이다. 입학생 가운데 비국적자 비율은 60%대에 이른다. 한국 국적이 없으면 졸업 후에도 일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학생 대다수에게는 절실한 문제다. 조 교장은 “부모가 귀화 시험에 합격해야 자녀도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며 “부모가 힘들게 일하면서 귀화 시험 관문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출생 시대에 다문화 학생을 좀 더 포용할 제도적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근 3년 동안 졸업생의 진로에서 대학 진학 비율(54%)이 취업 비율(33%)보다 높은 이유는 보다 좋은 일자리를 찾겠다는 측면도 있지만 비자 문제로 인한 체류와 취업 제약 탓도 있다.

조 교장은 “한 아이도 낙오 없이 졸업해 원하는 진로를 찾아갔으면 한다”며 “올해 처음으로 졸업생 417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다양한 이주 배경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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