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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자기 덫에 걸린 클라우드 산업

류석 IT부 기자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다. 전 세계 클라우드 패권을 쥔 것처럼 보였던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등에 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이들 빅테크는 최근 기업의 명운을 걸고 수백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대규모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 청사진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러한 투자 계획은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들에는 먼 나라 얘기다. 특히 대기업 계열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기업(CSP)’들은 선제적인 인프라 투자보다는 고객 확보가 먼저인 듯하다. 하루라도 빨리 모회사 실적에 보탬이 되기 위해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인 탓이다. 특히 국내 사업자들끼리만 경쟁하는 공공 부문에 영업력의 상당 부분을 투입하고 있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최근 들어 AWS·MS·구글 등도 국내 공공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케케묵은 애국심 마케팅 말고는 별다른 도리가 없어 보인다.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기업(MSP)’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년 동안 클라우드 재판매 수수료에 크게 의존해왔던 탓에 회사별 차별점이나 경쟁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매출액이 수천억 원, 수조 원을 넘어서며 몸집은 키웠지만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CSP들이 수수료율마저 깎는 추세라 수익성 개선은 당분간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도 한 치 앞만 내다본다. 클라우드를 활용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의 제공 방식이 전 세계적인 추세지만 아직도 망설이는 곳이 많다. 월 구독료 방식의 SaaS가 고객 접근성은 물론 장기적인 수익성도 좋지만 당장의 높은 패키지형 SW 판매 매출을 포기하기 어려워서다.

국내 클라우드 산업의 질적 성장을 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제적인 인프라 투자와 함께 미래의 고객이 될 유망 AI 및 SaaS 기업을 발굴하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파격적인 세제 지원이 동반된다면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클라우드는 다양한 정보기술(IT) 서비스가 통하는 고속도로와 같은 필수 인프라다. 국내 IT 기업들이 해외 클라우드 기업에 종속돼 거액의 통행료를 지불해야만 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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