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 7개 병원을 산하에 둔 경희의료원이 다음 달부터 급여 지급 중단·희망 퇴직 시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의료 공백이 석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대학병원들의 경영난 악화도 빠르게 심화하는 양상이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주형 경희의료원장은 지난달 30일 경희의료원 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당장 올해 6월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더불어 희망퇴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알렸다.
오 원장은 "정부와 의료계가 평행선을 달리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의료사태가 11주 차로 접어들며 파국으로 향하고 있다"며 "의료원 또한 지난 3월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을 결정하고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로 자금 대책을 실행 중이지만 매일 억 단위의 적자 발생으로 누적 손실 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원 53년 이래 최악의 경영난으로 인한 의료원의 존폐 가능성도 심각한 위협을 받는 처참한 상황"이라며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 상황이 이어질 경우 개인 급여를 비롯한 각종 비용 지급 등에 필요한 자금이 학년도 말에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우려의 뜻을 드러냈다. 이어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무급휴가, 보직 수당, 교원성과급 반납, 관리 운영비 일괄 삭감, 자본투자 축소 등으로 비용 절감 노력을 진행 중이지만 한계가 있다"며 "현재 외부 자금의 확보 가능성은 매우 불확실하며 자금의 차입은 경희의료원의 미래 성장에 늘 걸림돌로 후배들에게 크나큰 고통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대학병원들의 경영난은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서울아산병원이 이른바 빅5 병원 중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작했다. 50살 이상이면서 근속기간이 20년 이상인 일반직 직원으로 의사는 제외된다. 3월 15일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서울아산병원은 일부 병동을 통합하고 간호사 등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최대 100일로 연장한 바 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도 지난 3월 전체 의대 교수에게 향후 6개월 간 급여를 반납하겠다는 내용의 ‘급여반납동의서’를 보냈다. 반납 금액은 월 48만 원, 116만 원, 자율 중 선택하도록 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16일부터 3월까지 500병상 이상 수련병원 50곳을 대상으로 경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의료 수입이 4238억3487만 원(병원당 평균 84억 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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