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잦은 겨울비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제주도 마늘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3.3㎡당 7∼8㎏ 나오는 좋은 밭에서 마늘이 1∼2㎏ 밖에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농민들은 정부에 수매 등 지원책을 마련해 줄 것으로 호소하고 나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산 상품 마늘이 평년 대비 30%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잦은 비로 인한 일조량 부족 등으로 작황이 부진해서다.
실제로 제주에서는 예년 같았으면 마늘과 마늘 사이에 간격이 별로 없을 정도로 밭 전체가 마늘로 꽉 들어차야 하지만 듬성듬성한 곳이 대부분인 데다, 벌마늘과 스펀지마늘 등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는 마늘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문성두(66)·이기순(66) 부부는 연합뉴스에 “30년 넘게 마늘 농사를 지었는데 올해가 최악”이라며 “3.3㎡당 7∼8㎏ 나오는 좋은 밭인데 1∼2㎏ 밖에 안 나온다”고 하소연을 했다.
문씨 부부는 “예년처럼 올해도 1만6000여㎡에 마늘을 재배했는데 이 같은 벌마늘과 스펀지마늘, 썩음 현상으로 상품 수확량이 예년의 10~20% 밖에 안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문 씨는 "평년에는 농약도 6∼7번 치면 충분한데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10일에 한 번씩, 그것도 비싼 농약으로 10번 이상 치면서 신경 썼지만 4000∼5000만원 손실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대정지역 마늘 농사는 수확기에 하루 1500∼2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정부가 그런 점 등을 고려해 보조를 해줘야지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마늘 농가들이 살아 나갈 길이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주도 마늘 농가 등은 정부에 수매를 비롯해 지원책을 강구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강성방 대정농협 조합장도 "벌마늘과 스펀지마늘 발생률이 높아 상품 마늘이 평년 대비 30%도 안 나올 것 같다"며 "정부에 벌마늘만이라도 상품 가격으로 수매해달라 건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지역의 평년 2차 생장(벌마늘) 피해율은 5% 내외지만 지난달 16∼17일 제주도농업기술원 표본 조사 결과 올해 피해율은 전체 재배면적의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이에 지난달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마늘 2차 생장 피해에 대해 이상기후에 따른 농업재해로 인정해줄 것과 피해 지원 및 정부 수매를 요청했다.
오영훈 제주지사 역시 지난 2일 제주를 찾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에게 마늘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고, 농식품부는 마늘 피해를 농업재해로 결정했다.
제주도는 10일까지 읍·면·동주민센터를 통해 마늘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13일까지 현장 확인을 거쳐 농식품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은 ha당 농약대 250만원과 대파대 550만원 중 한 가지만 선택해 받을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제주 마늘 재배 농가들은 올해 1㎏당 최소 생산비로 4500원을 주장하고 있는데 농약대로 250만원을 받게 된다면 3.3㎡당 833원만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제주도, 농협은 또 10일 주산지협의체를 열어 제주마늘채소가격안정제(정부 30% 지방비 30%, 농협중앙회 경제지주 10%, 주산지 농협 30%) 자금(약 49억원)을 활용해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러나 마늘 재배 농가들이 농약대와 채소가격안정 자금을 받더라도 최소 생산비에 못 미쳐 농가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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