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역사상 18홀 최소타를 작성한 첫날에도, 선두로 맞은 대회 최종일에도 잰더 쇼플리(31·미국)는 감정의 동요가 없는 표정이었다. 각각 “오늘은 그저 목요일이다” “또 한 번의 일요일일 뿐”이라며 덤덤했던 그다. 그러나 우승을 확정 짓는 18번 홀(파5) 버디 퍼트가 홀을 반 바퀴 돌고는 홀 속으로 모습을 감추자 그제야 감정을 드러냈다. 주먹을 꽉 쥔 채 양팔을 하늘로 뻗은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8년 차 쇼플리가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쇼플리는 20일(한국 시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발할라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제106회 PGA 챔피언십(총상금 185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5타를 적었다. 최종 합계 21언더파 263타를 기록한 쇼플리는 2위 브라이슨 디섐보(미국·20언더파)를 1타 차로 제치고 워너메이커 트로피와 333만 달러(약 45억 1000만 원)의 우승 상금을 손에 넣었다. 이 우승으로 쇼플리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3위로 밀어내고 세계 랭킹 2위로 올라섰다.
첫날 62타로 대회 최소타 신기록이자 4대 메이저 대회(마스터스·PGA 챔피언십·US 오픈·디 오픈) 18홀 최소타 타이기록을 썼던 쇼플리는 나흘 내리 60대 타수를 몰아쳐 21언더파를 적어냈다. 이는 역대 남자 골프 4대 메이저 사상 최다 언더파 신기록이다. 이 부문 종전 기록은 2015년 PGA 챔피언십 제이슨 데이(호주), 2016년 디 오픈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2020년 마스터스 더스틴 존슨(미국), 2022년 디 오픈 캐머런 스미스(호주)의 20언더파였다.
쇼플리는 2017년 신인왕에 오르고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등 골프 팬들에게 주목받는 스타 중 한 명이었다. 다만 메이저 우승이 없다는 것이 이력상 ‘옥에 티’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나흘 연속 선두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며 ‘강자의 품격’을 갖췄다. 또 2022년 7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이후 1년 10개월 만에 투어 통산 8승째를 달성했다.
이날 콜린 모리카와(미국)와 함께 공동 선두로 출발한 쇼플리는 전반에만 4타를 줄이며 제자리걸음에 그친 모리카와를 압도했다. 하지만 ‘복병’ 디섐보와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앞 조에서 경기한 호블란이 후반 한때 단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LIV 골프 소속 디섐보는 쇼플리와 공동 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낸 뒤 연장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쇼플리가 마지막 홀 어프로치 샷을 핀 2m 조금 안 되는 거리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페어웨이 벙커 턱에 놓인 볼을 그린 앞쪽까지 보낸 두 번째 샷이 절묘했다.
경기 후 쇼플리는 “18번 홀 퍼트가 들어가는 순간 감정이 북받쳤다. 디섐보와 연장전에는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며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많은 경험이 쌓여야 메이저 우승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 그 기회가 나에게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2라운드 출전을 위해 경기장으로 향하던 중 경찰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연행되는 소동에 휩싸였던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는 저스틴 토머스(이상 미국) 등과 공동 8위(13언더파)에 올랐다. 지난주 웰스파고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매킬로이는 공동 12위(12언더파)다.
한국 선수 중에는 김주형이 공동 26위(9언더파)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안병훈이 공동 43위(6언더파), 김성현이 공동 63위(3언더파)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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