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코스피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케이뱅크가 하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케이뱅크의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실적 성장세, 공모주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 등을 근거로 케이뱅크의 상장 후 몸값이 5조 원을 넘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다음달 중순께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통상 심사 과정에 2~3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 4분기 코스피 상장이 가능하다. NH투자증권(005940), 한국투자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공동 상장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 507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387.5% 늘어난 규모다. 올 1분기 기준 케이뱅크 이용자도 1033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만 명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금융 소비자의 이자부담 절감을 위해 대출갈아타기(대환) 플랫폼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자, 케이뱅크가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를 무기로 고객들을 끌어모으는 전략이 주효했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올 1분기 아파트담보대출 잔액은 1조 원이 증가했다. 신규 아파트담보대출의 중 67%가 대환대출이었다. 그 결과 케이뱅크 담보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약 40%에서 올 1분기 말 약 45%로 5%포인트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인터넷뱅크인 케이뱅크의 여신(은행이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수신(고객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 기능이 이미 완성형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28일 보고서에서 “은행에게 여신은 금리 경쟁력만 갖추면 모집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여신을 모집하기 위한 수신 확보가 선제적으로 필요하다”며 “케이뱅크의 1분기 말 수신 잔고는 24조 원으로, 이 중 핵심 예금인 요구불예금은 14조 9000억 원으로 비중(62%)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케이뱅크의 여신 잔고는 14조 8000억원으로 예대율은 61.7%”라며 “케이뱅크는 최근 아파트담보대출, 전세담보대출 위주로 성장 중이다. 핵심 예금 증가로 조달 비용이 완화하면서 순이자마진(NIM)은 2.4%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영업이익경비율(CIR)이 29%로 모든 은행권 중 유일하게 20%대에 진입한 점도 긍정적이다.
박 연구원은 “케이뱅크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올 연말쯤 자기자본 2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업가치는 5조 4000억 원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는 카카오뱅크(323410)가 고성장하던 시기 주가순자산비율(PBR) 약 2.7배를 적용해 계산한 결과다. 박 연구원은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를 현재의 카카오뱅크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카카오뱅크는 전략 변화로 고성장 시기가 지났고, 일부 지표는 케이뱅크가 앞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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