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실무를 담당하는 인력들이 첨단산업의 메카인 판교에 새 둥지를 튼다. 자율주행차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 미래차 분야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핵심 인력과 기술 역량을 한데 모은 연구개발 거점을 바탕으로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토웨이타워에서 근무 중인 현대차 자율주행사업부 인력들이 올해 하반기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원타워로 근무지를 이전한다. 이전 대상 인력은 세 자릿수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 근무지 이전에 따른 직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근버스를 운영하고 복지·편의 시설 확충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차 자율주행사업부는 오토웨이타워와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 등 두 곳에 인력을 배치해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 가운데 남양연구소 인력은 판교로 이전하지 않고 근무지를 유지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연구소는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차량 하드웨어와의 협력, 실험 등의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자율주행 개발 인력의 다수를 판교로 옮기는 것은 미래차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다. 자율주행·SDV·커넥티드카로 대변하는 미래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혁신 기술의 접목이 절실하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들어선 판교에 현대차 핵심 인력을 배치해 기술 변화를 직접 체감하고 개발 역량을 높이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자율주행 인력의 판교 이전을 계기로 IT 기업과의 협력 또한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와 네이버는 2020년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힘을 모으기로 약속한 바 있다. 판교로 이전하는 자율주행사업부는 네이버의 고정밀 지도 등을 활용하는 등 협력 범위를 확대해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앞당기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판교는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판교 일대에는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인력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4만 4000명 채용을 계획하는 등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재도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인포테인먼트 등 신기술 분야에서 경력직 채용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 역시 판교 이전을 앞두고 있다. 서울 강남과 양재, 경기 용인 등으로 흩어져 있는 인력을 한곳으로 모아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인다. 이들 인력을 결집하는 판교2테크노밸리 내 SW드림타운은 단순 사무실뿐 아니라 미래차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공간까지 갖출 예정이다. 소프트웨어로 차량 전반을 제어하는 SDV 전환을 위해 내년까지 관련 기술을 완성하고 2026년부터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판교 이전과 함께 현대차의 모빌리티 혁신은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조직 개편을 통해 첨단차플랫폼본부(AVP)를 신설했다. 조직 수장인 송창현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 역시 판교로 집무실을 옮겨 미래 사업을 총괄할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를 병행해 기술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방침이다. 3년간 총투자액인 68조 원 중 46% 비중인 31조 1000억 원을 연구개발에 배정하며 기술력 확보에 적극 나선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전기차·SDV 분야의 핵심 기술을 빠른 속도로 고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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