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중국 측 대응 카드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이 ‘필요한 모든 조치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중국의 보복에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한 일부 EU 회원국조차 EU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중국이 수위 조절에 나서며 EU 국가의 틈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EU가 중국에서 수입되는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의 예비판정으로 최대 48%의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중국은 대형 수입차에 최대 25%의 관세 부과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22일 블룸버그통신도 EU 주재 중국 상공회의소 소식통을 인용해 “2.5리터 이상 엔진을 장착한 대형 수입차에 대한 중국의 관세 인상 움직임에 대해 통보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은 2.5리터 이상 엔진을 장착한 차량 25만대를 수입했는데 대부분이 유럽 럭셔리 브랜드였다. 당시 관련 보도에 메르세데스벤츠 그룹과 BMW 두 회사의 주식은 장중 2% 이상 하락했다.
중국은 이미 유럽산 돼지고기, 유제품 등에 대한 반덩핌 조사에 잇따라 돌입했다. 유럽산 와인과 브랜디 등에 대한 관세 폭탄 가능성도 제기돼 관련 국가들의 반발도 거센 상태다.
BMW,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자동차 3사도 이번 조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독일 자동차산업연합(VDA)도 “이번 조치로 인한 잠재적 피해는 독일 등 유럽 자동차산업이 얻을 이익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유럽으로도 수출하는 테슬라 역시 보조금을 많이 받지 않는 만큼 다른 업체보다 관세를 낮춰달라고 요구했다고 EU 집행위원회가 밝혔다. 프랑스 코냑 생산업체들도 떨고 있다. 중국은 1월 유럽서 수입한 브랜디를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는데 대부분이 프랑스 코냑이다.
중국의 대응이 미국의 관세 인상 당시와 달리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U 회원국 간 '틈'을 노렸다는 해석이다. 내달부터 임시 조처 성격으로 상계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지만, 올해 하반기 EU 27개 회원국이 승인해야 시행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독일, 스웨덴, 헝가리, 프랑스 등은 중국의 보복 조처와 자국 업체에 대한 불이익 등을 우려하는 만큼 중국은 앞으로 이들 국가 중심으로 약한 연결고리를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전기차 업체에 대한 압박에 배터리 회사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에서 4월 CATL이 LG엔솔을 제치고 1위에 올랐으나 CATL의 배터리를 달고 중국에서 조립돼 유럽, 북미 등으로 수출되는 주요 업체의 전기차가 많은 만큼 미국과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이 현실화되면 CATL의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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