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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 메꾸려면 관세 100%돼야"…격론 부른 트럼프 ‘조세 구상’

"세입 불안정·무역전쟁 불보듯"

싱크탱크 등 '소득세 폐지' 비판

서머스 "美사상 최악 정책 제안"

지지측은 "협상용 발언" 옹호





미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득세를 폐지하는 대신 그만큼의 세원을 수입 관세로 채우겠다는 구상을 밝힌 후 미국 내에서는 연일 격론이 펼쳐지고 있다. 관세에 올인하는 미국의 경제정책이 결국 글로벌 무역 전쟁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그룹은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협상용 발언이라며 옹호하는 모양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6일(현지 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놓은 소득세 폐지 아이디어와 관련해 “100%가 훨씬 넘는 관세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그것은 미국 노동자들의 삶을 감당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미국 기업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거시경제정책 제안”이라면서 “소득세의 절반만 관세로 대체한다 해도 미국의 대공황을 악화시킨 스무트·홀리 관세의 6배에 달하는 관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1930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2만여 개 수입품에 평균 59%의 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과시켰는데 이로 인해 보복관세가 이어졌으며 국제무역 역시 크게 위축됐다.

미 유력 경제 전문지 포브스도 “소득세를 관세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85%에 달하는 평균 관세율이 필요하며 이는 광범위한 경제 혼란과 무역 보복, 연방정부 세입 불안정 및 경제 형평성 문제에 대한 우려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국가들이 의심할 여지 없이 관세로 보복할 것이며 이는 잠재적으로 상품 비용을 끌어올리고 세계경제에 큰 피해를 입히는 무역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안정적인 소득세가 아닌 관세에만 의존할 경우 수입량 변동 시 연방정부가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에 사용할 세원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미국의 연간 수입 규모가 4조 달러 미만인 점을 감안했을 때 최소 70% 이상의 관세를 매겨야 소득세 징수액 2조 5000억 달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수입 관세는 일반적으로 역진세 성격을 갖고 있어 소득세를 관세로 대체할 경우 중산층 및 저소득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0% 보편적 기본 관세와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관세 등이 도입되면 미국인이 매년 5000억 달러의 부담을 지게 될 것이며 이 가운데 대부분을 저소득층이 짊어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포브스는 “관세를 도입해 소득세를 없애자는 아이디어가 일부에서는 정치적으로 매력적일 수 있지만 모두에게 실행 불가능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는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는 이날 폭스뉴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추구해온 것은 균형 잡힌 무역”이라면서 “그는 미국 노동자들과 기업들을 대표해 협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외교력·정보력·경제력은 때때로 군사력보다 강하다”면서 “트럼프는 이를 어떻게 휘둘러야 할지 알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동안 관세를 무기로 휘둘러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표심을 겨냥해 소득세 폐지라는 당근책까지 내놓은 가운데 올해 미 대선에서 조세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반대로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 방침을 이미 밝힌 상태다. 이런 가운데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교역국들은 미 대선과 이에 따른 통상 및 조세정책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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