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효율적인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긴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균형 발전을 추진하되 소수의 거점도시를 집중 육성해야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 총재는 19일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우리 경제가 인구 감소라는 피할 수 없는 경로에 들어선 지금은 투자의 효과를 면밀히 따져보는 것이 과거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이처럼 환영사를 전했다.
이날 발표된 한은 BOK이슈노트 이 총재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비수도권 대도시인 거점도시를 위주로 생산성을 개선할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평균 1.3% 제고되는 것으로 분석돼 수도권 위주의 생산성 개선(+1.1%)보다 성장 제고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이번 심포지엄은 기업과 학계, 정부가 지역경제 현안을 함께 논의하고 정책 방안을 모색하고자 지난해부터 개최했다. 올해부터 지역 순회 방식으로 열 계획이다.
이날 이 총재는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한국은행이 매년 지역을 순회하며 지역경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분도 계실 것"이라며 "그러나 통화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우리 경제가 짧은 시간에 이룩한 성취만큼이나 산적한 구조적 문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것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묵혀 온 저출생, 고령화, 지역 격차 등 구조적 문제가 경제‧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지역사회에서 현실화하고 있고 따라서 그에 대한 대응 방안 강구는 한은에도 중요한 책임"이라고 역설했다.
이 총재는 "과거 인구가 증가하는 국면에서 그간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저개발 지역의 성장기반 확충과 삶의 질 향상에 분명 기여했다"면서도 "지역 간 이해관계가 얽히다 보면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다수가 받아들일 만한 단기적인 해결책이 선택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가 당장은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치열히 고민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場)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 총재는 "저는 지난 봄에 '우리에게 낮게 매달린 과일은 더 이상 없으며 높게 매달린 과일을 수확하려면 고통이 수반된 구조개혁이 불가피함'을 말씀드린 바 있다"면서 "우리에게 한 그루의 나무만 남아있어 모두가 그 나무만 오르려는 상황에서는 점차 높은 곳으로 올라야만 과일을 딸 수 있고, 높게 매달린 과일을 따기 위한 경쟁이 모두를 힘겹게 할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너무 많은 나무를 키우려 하면 자원과 노력이 분산되면서 결국 대부분의 열매가 부실해지는 우를 범하게 된다"며 효율적인 지역 경제 발전안에 대해 재차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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