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종목의 시가총액이 3년 남짓 만에 800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외국인은 올 들어 총 22조 2365억 원을 코스피에서 순매수했는데 이는 2009년(32조 3864억 원) 이후 15년 만에 최대 규모다. 공매도 금지, 기대에 못 미치는 밸류업 프로그램 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반도체·자동차·금융·방산 등의 우량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올해 코스피에서 총 21조 5000억 원가량을 팔아치워 사실상 외국인이 코스피를 떠받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2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10.30포인트(0.37%) 오른 2807.63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2022년 1월 21일(2834.29) 이후 2년 5개월 만에 2800을 돌파했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도 4788억 원을 사들여 3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눈에 띄는 것은 외국인의 시장 영향력이다. 외국인이 보유한 종목의 시가총액은 808조 8102억 원으로 2021년 4월 14일(831조 1493억 원)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시가총액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35.45%로 3년 남짓 만에 최고다.
세부적으로 보면 외국인은 이날까지 삼성전자를 7조 4438억 원 사들인 것을 비롯해 SK하이닉스(3조 9912억 원), 현대차(3조 4434억 원), 삼성물산(1조 2798억 원) 등을 집중 매수했다. 인공지능(AI) 밸류체인에 속하는 기업, 뛰어난 실적주,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 등이 골고루 포진해 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전자의 경우 올들어 주가 상승률이 3.95%에 불과해 부진하지만 하반기 엔비디아로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가능성 등으로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선매수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특히 현재 외국인의 시총 비중이 팬데믹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섰지만 코스피지수가 당시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코스피 지수는 3300선을 넘었다. 현재 지수와 비교하면 확연히 대조된다. 시중에 유동성은 여전히 넘치지만 국내 증시가 외면받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셈이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된 게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해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증시의 매력이 더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올 들어 외국인들은 순매수액을 점점 늘려온 반면 기관들은 주가가 오를 때마다 차익을 실현했다”며 “기관들이 해외투자를 늘려오면서 이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자사주 매입 등 끊임없는 주주 환원 노력으로 증시 경쟁력을 늘려왔는데 한국은 노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그나마 밸류업 추진으로 이런 점을 만회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세제 등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외면을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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