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20일(현지 시간)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방위 태세를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미 의회에서는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인태 지역 동맹들과 핵 공유 협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이 합의(북러 조약)는 한반도와 그 너머의 평화와 안보를 중시하는 어떤 나라에든 우려 사항”이라며 “그 우려는 중국과도 공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요에 따라 인태 전역에서 우리의 (방위) 태세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의 위협이 고조될 경우 이 지역에서 미군의 병력 증강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커비 보좌관은 또 “이번 합의는 러시아의 절박함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분명히 우리의 강력하고 거대한 동맹 및 파트너와 네트워크를 강화할 기회를 계속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의회에서는 북중러의 핵 위협이 고조됨에 따라 미 핵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상원의원은 이날 북러 간 협력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동맹국인 한국·일본·호주와 핵 공유 협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24년 만의 방북은 새로운 (안보) 현실을 보여주는 신호이며 미국과 동맹, 전 세계 자유 세력에 나쁜 뉴스”라면서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과거에 있었던 미국의 핵무기를 해당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핵 재배치 등과 관련한 언급은 극도로 자제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힘을 실으며 러시아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미국산 무기 사용 제한을 추가로 완화해 러시아군이 공격하는 장소라면 어디든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폴리티코 등이 이날 보도했다. 이는 접경 지역 러시아 본토에 반격을 허용했던 최근의 조치보다 훨씬 완화된 것이다. 미국은 또 다른 동맹국에 팔기로 한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에 먼저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미사일의 수출 우선순위를 재조정해 우크라이나에 먼저 제공한다는 의미로 다른 동맹국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인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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