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 산업 활성화로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AI 시대에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하고 원전은 물론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원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재생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는 전남이 새 전력원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강상구 전라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1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제19회 에너지전략포럼’에 참석해 “AI 혁명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데이터 주권이 필요하고 데이터 주권을 위해서는 ‘전기 주권’을 달성해야 한다”며 “미래 에너지(전기) 주권을 지키는 방법은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넷 제로 시대, 해상풍력이 답이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강 국장은 “해상풍력 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장기적으로 30GW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 재생에너지를 대량생산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전남은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산업과 함께 전기 주권을 지키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인구 소멸 지역, 분산에너지 특화 지역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인센티브 지원과 분산에너지 범위를 40㎿에서 GW 단위로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강 국장은 “분산에너지 공급자로 단일 계약만 허용돼 사실상 간헐성을 띠는 재생에너지가 분산에너지 특화 지역으로 지정할 수 없는 맹점을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반도체·2차전지·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위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전력 계통 포화와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는 혁명적 사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와 기업뿐 아니라 전력 수요조차 편중된 수도권에서 전력 자립률이 높은 지역으로 분산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곳으로 기업 이전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력 계통 부담도 줄일 수 있어 결국 한국전력의 이익과도 일치한다는 것이 전남의 시각이다.
특히 강 국장은 “기저 전원으로서 원전의 역할은 필요하나 재생에너지는 미래 산업의 쌀”이라며 “국내 제조 수출 기업의 17%가 바이어나 원청 업체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받고 있으며 그중 42%는 올해 또는 내년부터 당장 재생에너지로 사용해야 해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마존은 한국에서 재생에너지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투자 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이미 전 세계 해상풍력 설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신규 설비를 크게 늘려 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태양광 산업에서 중국에 의해 시장이 잠식된 뼈아픈 경험을 했다”며 “해상풍력 산업을 촉진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풍력 산업은 한 번 중단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국내 공급망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내고 연 1.5GW 이상 안정적인 고정 가격 입찰 필요성과 전력 계통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강 국장의 주장이다.
이어 “정보기술(IT) 기업은 판교, 제조 기업은 평택까지가 취업의 남방 한계선이라는 지적과 함께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지방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벚꽃엔딩이 한국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국가균형발전도 실현하기 위해 6월 시행된 분산에너지법 개선과 전력 다소비 기업 지방 이전 촉진을 위한 혁신적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남은 4월 세계 1위 터빈 기업 베스타스, 글로벌 통합 물류사 머스크와 투자협약을 맺고 목포신항·화원산단을 해상풍력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하는 등 해상풍력 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 국장은 해상풍력 사업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특별법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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