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군 하이원CC 18번 홀(파4).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4라운드 대회가 열린 코스의 홀들 중 가장 버디가 적게 나온 곳이다. 작년 나흘 동안 이 홀에서 나온 버디 숫자는 15개에 불과했다. 이 홀 중간에 페어웨이를 가르는 큰 연못(페널티 구역)이 있어 무조건 우드나 롱 아이언으로 앞까지 끊어 가야한다.
11일 열린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첫날 10번 홀로 출발한 임희정은 13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았으나 이후 17번 홀까지 버디가 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버디가 야박한 이 18번 홀에서 임희정의 두 번째 버디가 나왔다. 티샷으로 212야드를 치고 208야드를 남긴 상황에서 두 번째 샷을 핀 1.5m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이 버디를 시작으로 임희정은 1번 홀과 2번 홀(이상 파4)까지 3연속 버디를 떨어뜨렸다. 1번 홀에서는 2.5m에 붙여 버디를 잡았고 2번 홀에서는 3.5m 거리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했다.
7번 홀(파4)에서 3퍼트로 보기가 나왔으나 3언더파 69타를 친 임희정은 상위권 성적으로 첫날을 마무리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임희정은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 앞선 13개 대회에서 톱10 한 번 없이 컷 오프만 8차례 당했다. 언더파를 친 라운드도 4번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2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톱10 행진을 하면서 부활의 샷을 날렸다.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공동 7위에 올랐고 롯데 오픈에서는 단독 8위 성적을 냈다.
‘사막 여우’ 임희정이 확실히 부활했다는 증거가 있다. 바로 최근 2개 대회에서 7라운드 연속 언더파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친 69타까지 하면 8라운드 연속 언더파 행진 중이다.
이번 대회는 임희정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19년 신인 때 첫 승을 거둔 무대이고 2021년에도 정상에 올랐다. 통산 5승 중 2승이 하이원에서 거둔 것이다. 더욱이 임희정이 태백 출신이라 하이원은 ‘약속의 땅’과 같은 곳이다.
하이원CC로 올라오는 길에는 임희정을 응원하는 플래카드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문구가 하나 있다. ‘하이원에서 6승 가자’는 응원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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