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자녀가 성인이 된 때로부터 10년 동안만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부간 협의나 가정법원 판단이 있기 전에는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를 13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8일 A(87) 씨가 전 남편 B(85) 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사건에서 원심의 청구 기각 결정을 확정했다. 자녀가 미성년인 때는 성년까지 양육비에 변동 가능성이 있어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가 시작되지 않지만 성년이 된 후부터는 소멸시효 계산이 진행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앞서 대법원은 2011년 당사자 간 협의나 가정법원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이 생기기 전에는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봤다.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양육비에 대한 협의가 없었다면 언제든지 이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양육비에 대한 소멸시효 적용이 필요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자녀가 성년에 이르게 되면 이혼한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양육 의무는 종료되고 양육에 지출한 비용을 정산하는 관계만이 남는다”며 “자녀가 성인이 된 후 아직 당사자 간 협의나 가정법원 심판으로 금액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양육비 청구 권리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A 씨는 남편과의 별거 이후 자녀가 성인이 된 1993년 11월까지 약 19년간 홀로 키웠다. 이후 A 씨는 자녀가 성년이 된 때로부터 약 23년이 지난 2016년 B 씨를 상대로 1억 1930만 원 상당의 양육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소멸시효 10년을 인정하지 않고 남편 측이 양육비 6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A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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