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올림픽에서 한국이 거둔 금메달은 총 96개. 이 가운데 28%가 넘는 27개를 양궁이 책임졌다. 양궁이 전통의 효자 종목이자 메달밭이라면 펜싱은 비교적 최근 들어 새로 일군 금밭이다. 한국 펜싱의 역대 금메달은 5개로 모두 2000년 이후에 나왔다.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제33회 파리 올림픽에서도 한국 선수단의 믿는 구석을 꼽으라면 양궁과 펜싱이 먼저다. 양궁 대표팀은 16일 파리로 떠났고 펜싱은 한국 선수단 본단의 일원으로 20일 출국한다.
◇로봇과 싸운 신궁들=여자부 임시현(한국체대), 전훈영(인천시청), 남수현(순천시청)과 남자부 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예천군청), 이우석(코오롱)으로 구성된 한국 양궁 대표팀의 목표는 전체 5개 금메달 중 3개 이상을 가져오는 것이다. 특히 여자 단체전은 무려 10연패 도전으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 임시현이 선봉이다. 올해 월드컵 1·2차 대회 결승에서 내리 중국에 졌기에 한중전이 흥미를 끈다.
선수들은 로봇과 싸우며 완벽의 경지를 두드려왔다. 협회 회장사인 현대자동차에서 지원한 ‘로봇 궁사’와 실전 같은 승부를 벌였다. 로봇 궁사는 바람 방향과 세기를 센서로 파악해 완벽에 가까운 적중을 자랑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이 로봇 궁사와도 백중세의 경기를 펼쳤다. 파리에서 짐을 푼 선수들은 경기장인 앵발리드 근처의 스포츠클럽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결전을 기다리고 있다.
◇파리 옮겨온 피스트서 훈련한 검객들=이번 올림픽 펜싱 경기장은 1900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립된 그랑팔레다. 대표팀은 그랑팔레 경기장을 본뜬 파리 올림픽 규격의 피스트에서 담금질해왔다. 진천선수촌 농구장에 마련된 훈련장은 메인 피스트뿐 아니라 4개의 작은 피스트까지 갖춰 디테일을 더했다. 대표팀은 현지 경기 시간에 맞춰 이곳에서 야간 훈련을 반복했다.
한국 펜싱은 2012년 런던 대회부터 2021년 도쿄 대회까지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을 찔렀다. 4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파리에서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과 여자 에페 단체전이 주력이다. 남자 사브르는 오상욱(대전광역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에 박상원(대전광역시청)과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새롭게 합류했다. 박상원과 도경동은 김정환과 김준호를 대체한 ‘젊은 피’다. 그래서 이번 대표팀을 ‘뉴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로 부르기도 한다.
여자 에페는 송세라(부산광역시청), 이혜인(강원도청), 강영미(광주서구청), 최인정(계룡시청)이 나선다. 여자 에페와 남자 사브르는 최근 나란히 아시아선수권 4연패 기록을 달성하며 기대를 부풀렸다. 송세라와 오상욱은 개인전 메달 후보이기도 하다. 펜싱 종주국에서 태극기를 펄럭이는 벅찬 상상은 이제 얼마 뒤면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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