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직책을 받는 거래를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과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질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 시간) 케네디 주니어 후보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달 13일 ‘총격 사건’이 발생한 후 몇 시간 뒤에 이같은 대화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당시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중도 사퇴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방안과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시 내각이나 상원의 인준이 필요 없는 자리를 맡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구체적으로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건강·의료 부문을 총괄하는 자리를 맡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들은 ‘백신 비판론자’인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해당 직책을 맡는 것에 우려를 제기했고 대화는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이날 관련해 WP에 “만성 질병의 유행을 끝낼 방법과 아동 건강에 대해 논의할 의사가 있는 이라면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기꺼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전국위원회(DNC)보다 나에게 더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그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것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DNC는 지난 18개월간 (직급이) 높든 낮든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나를 방해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할당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화에 열려있다면서도 “우리는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선거 운동을 계속할 계획을 강조했다.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그간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앞서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월 CNN 인터뷰에서 사법 제도를 이용해 정적들을 차단하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비난받을 만 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많은 일들을 끔찍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5월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코로나19 팬데믹) 봉쇄와 마스크 의무화, 여행 제한 등으로 미국 시민들의 자유에 가장 큰 제한을 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케네디 주니어 후보를 ‘민주당 식물,’ ‘급진 좌파 자유주의자’ 등으로 지칭하며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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