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총파업 동력이 파업 예고 시점인 29일을 하루 앞두고 산하 사업장들이 잇따라 임금·단체협약을 타결하면서 약해지고 있다. 노조의 주요 요구 사항이던 간호법 제정이 여야 합의로 국회 문턱을 넘은 영향이 크다. 노조는 여야의 간호법 제정안 합의를 환영하며 “노사 교섭 타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파업 여부와는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8일 중노위와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사업장 63곳 중 22곳(7개 병원)이 조정안에 합의하며 임단협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7개 병원은 고려대학교의료원·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중앙대학교의료원·한국원자력의학원·국립중앙의료원·서울특별시동부병원·대전을지대학교병원 등이다. 이날도 한양대의료원·강동경희대병원·한림대의료원 등 41개 사업장(11개 병원)이 조정 회의를 이어갔다.
보건의료노조는 앞서 사측과 7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지만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해 63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파업에 들어가면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발생한 의료 공백을 메워 온 간호사들을 비롯한 병원 내 각종 인력들이 현장을 떠나게 되기에 ‘응급실 과부하’ 등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돼 왔다.
총파업을 피할 수 없어 보였던 보건의료노조 사업장들이 임단협을 타결한 것은 간호법 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영향이 크다. 간호법은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명문화해 이들의 의료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입장문에서 “간호법 통과를 적극 환영한다”며 “여야가 합의점을 마련한 것은 노사 교섭 타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불법 의료 행위에 내몰려온 PA 간호사들의 의료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된다”고 밝혔다.
다만 노조는 간호법 제정안과 파업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송금희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부 불법 의료에 대한 소지는 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걸로 인해서 파업이 철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에 조속한 진료 정상화와 주 4일제 시범 사업 등 근로 조건 및 처우 개선, 전년 대비 임금 6.4%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의사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 장기화 속에 간호사 등 남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있다. 노조는 의사들의 불법적인 집단행동이 가져온 경영 악화 상황인데도 병원 측이 간호사 등에게 장기 휴직 등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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