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인 인구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머지않아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를 겪게 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고령화 진행 속도가 빨라 다른 선진국들이 겪지 못한 사회 현상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저출생 정책에 대해서도 비용 보전 방식을 넘어 청년 세대의 인식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3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이 공동 주최한 ‘제1차 한일중 인구포럼’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30년 안에 한국의 고령화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사회 전반에 걸쳐 경험하지 못한 결과들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7월 기준 만 65세 인구 고령 인구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2~2072년 장래인구전망’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72년 172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7.7%에 달할 것으로 추계됐다. 사실상 인구의 절반이 노인인 셈이다.
중국 역시 급속한 고령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측 발표자인 도우 양 중국사회과학원 인구·노동경제연구소장에 따르면 고령사회(만 65세 이상 인구 비중 14%)로 진입하는 시점에 일본과 한국의 1인당 국내총소득(GDP)은 3만 달러를 넘긴 반면 중국은 1만 1000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에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충분히 높지 않다는 의미다. 노인 수는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출산율 하락도 빠른 탓에 중국 인구는 2021년 약 14억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50년께 12억 7100만 명이 될 예정이다.
저출생 대책을 두고도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연구원은 “정부의 저출생 정책은 여전히 복지 서비스 지원 사업 위주”라며 “서비스와 현금 지원 사업만 나열하는 등 저출생을 비용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지만 저출생은 다층적 경험과 사회구조가 쌓이며 만들어진 문제”라며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과 경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다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과 출산을 의무가 아니라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청년 세대의 인식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본 측 발표자로 포럼에 참여한 모리이즈미 리에 일본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이 연구원의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모리이즈미 연구원은 “일본에서 결혼·출산·육아에 대한 (젊은 세대의) 지지가 급속히 줄고 있고 비혼·무자녀·이혼·워킹맘 등 기존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진 생활방식이 허용되고 있다”며 “20~30대는 (과거에 비해) 아이를 가지려는 동기가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청년 세대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모리이즈미 연구원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쉽도록 맞벌이·공동육아 중심의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젠더 문제나 결혼·출산에 대한 사회 규범의 변화도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소장 역시 “선진국에서 출산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일·가정 양립은 중국에서도 효과가 있다”며 “보육 서비스 강화는 중국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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