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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제네시스하우스 찾은 GM 회장, 정의선 회장 만나 "전방위 협력"

◆정의선·메리배라 포괄적MOU

승용차·EV·배터리 전방위 협력

"상호보완적 기술로 경쟁력 강화"

현대차·GM 전세계 공장 공유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과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이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와 미국 자동차 시장 1위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가 자동차와 연료·소재를 포함한 전방위적인 기술 협력에 나선다. 전기차(EV) 분야에서 경쟁력을 과시하는 현대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상용차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GM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12일 정의선 회장이 메리 배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뉴욕의 제네시스 하우스에서 만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GM은 △승용·상용차량 △내연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 및 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생산 등을 위해 협력한다. 두 회사는 나아가 EV의 핵심 연료인 배터리 원자재는 물론 철강, 기타 소재를 함께 발주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현대차와 GM은 글로벌 주요 시장 및 차량 세그먼트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회를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 사가 보유한 전문성과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효율성을 향상시켜 고객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배라 회장도 “양 사의 이번 파트너십은 체계화 된 자본 배분을 통해 제품 개발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며 “상호보완적인 강점과 능력 있는 조직을 바탕으로 규모와 창의성을 발휘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고객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빠르게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車시장 지각변동에…
GM 회장, 현대차 찾아 협약 체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메리 배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12일 깜짝 발표한 두 회사의 포괄적 협력은 지각변동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지형을 보여준다.

그동안 내연기관은 압도적인 파워트레인 기술을 가진 독일 자동차 회사들의 무대였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은 미국 업체들이 강자였다. 하지만 전기차(EV)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파도를 타고 빠르게 치고 나간 회사는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중형 SUV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나들고 EV는 테슬라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1위 업체인 GM의 배라 회장이 현대차가 운영하는 뉴욕 제네시스하우스로 찾아와 양해각서(MOU)를 맺은 장면만으로도 전 세계 모빌리티 시장에서 높아진 현대차의 위상을 알 수 있다.

두 회사가 이날 내놓은 협력 비전을 보면 내연기관과 EV, 수소 기술 공동 개발을 비롯해 배터리, 철강 공동 발주까지 모빌리티의 모든 분야에 대해 제한 없는 협력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GM의 손을 잡으면 모빌리티 시장의 소위 ‘메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끊이지 않았다. 두 회사의 강점과 차량 포트폴리오가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과 기아 EV9 GT-라인의 동력시스템이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2024 워즈오토 10대 엔진 및 동력시스템(Wards 10 Best Engines & Propulsion Systems)'을 수상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투싼과 싼타페 등 중소형 SUV에 강점이 있고 GM은 쉐보레·GMC·캐딜락 브랜드를 앞세워 타호·에스컬레이드 등 대형 SUV는 물론 픽업트럭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날 협력 분야로 승용과 상용차와 내연기관을 포함했다. 현대차가 GM과 협업을 통해 초대형 SUV와 픽업트럭 개발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GM은 현대차와 협력을 통해 상대적으로 뒤진 EV 분야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두고 GM이 미국 시장의 최대 경쟁자인 포드가 폭스바겐과 함께 내놓은 소형 EV가 실패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보고 현대차와의 협력을 결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ID.4가 부진을 겪으며 구조조정 상황에 내몰리고 있고 포드는 소형 EV를 자체 개발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GM이 EV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현대차와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현대차·기아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은 최근 2024 워즈오토 10대 엔진 및 동력 시스템을 수상할 만큼 세계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인정받고 있다. 품질을 토대로 미국에서의 현대차·기아 전기차 점유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0%로 포드(7.4%)와 GM(6.3%)을 제쳤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외하고 두 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한 제조사는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내연기관·EV·수소기술 개발서
소재 공동발주까지 광범위 협력
GM은 전기차·현대는 픽업트럭
'원 플랫폼·멀티브랜드' 관측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 /사진=AP연합뉴스


두 회사의 협력이 기술 공유를 넘어 ‘원플랫폼·멀티브랜드’로 확장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 회사는 친환경 에너지와 전기 및 수소 기술 공동 개발을 넘어 ‘생산’ 분야까지 협력의 범위에 넣었다. 나아가 배터리와 원자재·철강 및 기타 소재를 ‘통합 소싱’하는 방법도 검토하기로 했다. 배터리는 EV의 핵심 전력장치이고 철강은 자동차 외형을 만들 때 사용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GM이 과거 BMW와 도요타처럼 하나의 기술 플랫폼을 이용해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는 멀티 브랜드 전략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도요타는 BMW의 스포츠카 Z4의 기술을 통해 자사의 스포츠카 수프라를 개발했다. BMW 역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물론 수소차 기술도 공동으로 개발하며 모빌리티 분야에서 밀월을 과시하고 있다. GM과 현대차가 손잡은 이번 협력도 마찬가지다. 기술 공유를 통해 GM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던 소형 EV에서, 현대차는 GM의 강점인 초대형 SUV와 픽업트럭 기술을 얻어 경쟁력을 끌어올릴 길이 열린 셈이다.

무엇보다 두 회사의 협력은 EV 1위 업체인 테슬라를 견제할 동맹이 될 수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의 선전으로 미국 소형 EV 시장에서 테슬라의 유일한 대항마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전동화 기술이 부족한 GM은 강세를 보여온 픽업트럭 시장에서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이 등장하며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두 회사가 협력해 소형 EV와 대형 EV 시장에 각각 브랜드를 내놓으면 공고한 테슬라의 위치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현대차와 GM의 소형 EV는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중국 업체들을 위협할 수 있다.

미래車, 현대차·도요타 톱2로 압축
2위 폭스바겐 판매량·EV 부진
저가 中업체들까지 위협 전망




현대차와 GM의 합종연횡이 성공하면 세계 1위 도요타를 위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협력에 성공하면 서로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에서 입지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730만여 대를 팔아 일본 도요타(1123만 대), 독일 폭스바겐(924만 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2010년 미국 포드를 제치고 5위를 차지한 뒤 12년 만에 3위의 위치까지 올랐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인 전기차(EV) 분야로 눈을 돌리면 현대차의 위상은 더욱 높아진다. 이미 EV 혁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로 올라섰고 유럽 시장에서도 현지 업체들을 추월했다. 이런 상황에서 2위 폭스바겐은 수익성 악화와 부진한 EV 판매량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은 친환경차 기술에서 앞서가고 있는 현대차와 도요타의 양강 구도로 압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와 GM이 손을 잡으면 두 회사가 소형 EV와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분야에서 시너지가 날 뿐 아니라 글로벌 밸류체인도 확장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한국과 미국·중국·체코·인도·터키·브라질·인도네시아 등에 공장을 가지고 있고 GM은 캐나다와 멕시코·아르헨티나·이집트 등에 공장이 있다. 두 회사가 차를 공동 개발하면 현지 판매망까지 공유할 수 있어 비용도 줄이면서 판매를 늘릴 수가 있다. 공장을 더 짓지 않고도 더 많은 차를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셈이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이끄는 도요타 아키오 회장. 연합뉴스


다만 두 회사가 넘어야 할 장애물도 있다. 도요타와 BMW, BMW와 혼다, 포드와 폭스바겐 등 많은 글로벌 업체들이 기술 공동 개발과 파트너십을 맺었지만 성공한 전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현대차는 타사들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본격적인 프로젝트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의 강점과 GM의 강점이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라며 “본계약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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