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고] 퇴직연금 성장 이끄는 ‘푸른씨앗’

이경희 한국연금학회 회장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는 적립금 규모가 400조 원을 넘어섰을 정도로 양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노후 소득 관점에서의 역할은 충분하지 못하다. 지난달 4일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퇴직연금의 구조 개혁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퇴직연금제도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도입 사각지대와 저조한 투자 수익률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도입 사각지대 문제는 고용·노동시장의 양극화에서 비롯됐다. 기존 퇴직금제도를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했기 때문에 기업의 재무 여력이 그대로 퇴직연금제도 도입과 운영에도 투영된다.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이후 사업장 도입률은 26~2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전체 사업장의 94.3%를 차지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도입률이 23.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22년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접노동비용보다 퇴직급여 등의 비용 격차가 더 크다. 직접노동비용의 경우 10~29인은 300인 이상 대비 65.5% 수준이나 퇴직급여 등의 비용은 38.1%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년 대비 악화됐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적 개입을 통해서만 해소할 수 있다. 이러한 퇴직연금의 도입 격차 해소는 총체불임금의 40%를 차지하는 퇴직금 체불 예방 효과에도 큰 역할을 한다.

저조한 수익률은 다양한 요인의 상호작용 결과다. 위험자산의 글로벌 분산투자 미흡이 핵심 요인이다. 2023년 말 기준 10년 평균 장기 수익률은 2.07%(원리금보장형 2.01%, 실적배당형 2.75%)이다. 동 기간 물가 상승률이 2.2%임을 감안하면 위험자산에 투자한 실적배당형 수익률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현행 실적배당형은 사업자가 펀드 상품을 제시하면 근로자가 자신이 운용할 상품을 선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위험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른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2022년 9월부터 30인 이하 사업장을 대상으로 공적 퇴직연금기금인 ‘푸른씨앗’을 선보였다. 도입률을 높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사용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를 면제(올해 가입 시 4년 간)하고 최저임금의 130%(월 268만 원) 이하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부담금의 10%를 3년간 지원한다. 근로자에게도 사업주와 동일한 금액을 3년간 지원하며 이로 인해 퇴직급여가 10%만큼 증대되는 효과가 있다. 수익률 개선 측면에서도 다양한 장점을 갖는다. 다수 사업장을 통해 공동으로 조성된 규모화된 기금을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함으로써 자산 운용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또 개인 투자에서 나타나는 행태적 편향을 극복함으로써 지나치게 보수적인 투자 성향도 완화할 수 있다. 종국적으로 수탁자 역할을 하는 기금제도운영위원회를 둬 전문적인 의사 결정과 체계적 자산 운용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개인 투자 대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돕는다. 실제로 푸른씨앗의 2년간 누적수익률은 12.95%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6.97%에 이어 올해 9월 연환산 수익률은 6.94%로 기금형제도의 장점을 잘 보이고 있다.

주요국 정부가 고용, 기업 복지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퇴직연금 분야에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영국은 푸른씨앗과 동일한 목적으로 국가퇴직연금신탁(NEST)을 도입했다. 1%의 부담금을 국가에서 지원한 결과 가입률이 2011년 47.6%에서 2021년 79.4%로 크게 높아졌다. 일본 정부도 중소기업퇴직금공제제도를 도입해 기금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가입자의 자산 운용 지시권을 회수한 대신 43개월 이상 가입 시 1% 상당의 최저 수익률을 보장한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공적 퇴직연금기금인 푸른씨앗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푸른씨앗의 빠른 확산을 위해서는 초기에 재정 지원 대상을 확대해 도입률을 높여야 한다. 장기 유지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가입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의 사회적 부담을 덜기 위해 지금 뿌리는 작은 씨앗이 더 크고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