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국회 국정감사가 김문수 고용부 장관의 일제 강점기 일본 국적 발언 논란에 대한 여야 공방이 가열되면서 파행됐다. 국감은 시작된 지 7시간이 지났지만, 첫 질의도 이뤄지지 못하고 공회전 중이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부 국감은 오전 10시쯤 시작됐다. 하지만 여야의 김 장관에 대한 역사관 공방 끝에 국감은 개시 약 40분 후 본질의 없이 정회됐다. 국감은 오후 다시 속개됐다가 다시 중지됐다. 국감이 시작된 지 약 7시간이 지났지만, 여야의원들의 첫 질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 장관의 역사관에 대한 환노위 야당 의원들의 거센 비판은 예정된 결과다. 김 장관은 8월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일제시대 선조들의 국적인 일본”이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야당 의원들의 청문회 퇴장을 불러왔고 결국 청문회 보고서는 채택되지 못했다. 이후 김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도 발언을 철회하지 않아 야당의원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일부 야당의원들은 이날 국감이 시작되기 전 관례인 장관의 인사와 악수를 거부했다.
국감은 오후 속개됐지만, 역사관 공방은 그대로였다.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에게 국적 발언에 대해 사과·철회하지 않는다면 김 장관을 국감장에서 퇴장시켜야 한다고까지 요구했다. 결국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김 장관이 기존 주장을 유지하자 퇴장을 명령했다. 김 장관은 퇴장을 거부했고, 여당 의원들은 안 위원장 자리로 찾아가 항의했다.
김 장관은 “국적 문제는 학술적으로 정리돼야 한다, 복잡한 문제”라며 “일본은 우리 민족에 피해를 입혔다, 국적이 일본이라고 해서 일본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여당 의원들도 국감은 장관의 역사관 보다 고용부의 정책 검증에 주력해야 한다고 김 장관을 엄호했다.
김 장관의 주장은 일제 강점기 때 선조가 우리나라 국적을 유지할 수 없었던 시대적 상황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이 주장은 헌법 정신을 부정하고 일본의 침탈을 두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한다. 김 장관의 발언은 현 정부 들어 수면 위로 오른 건국절 논쟁과도 맞닿아있어 여야 공방이 불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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