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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진 기업형 헬스장 '먹튀' …피해자 수 천명 '분통'

경찰, 헬스장 대표·지점장 등 고소 접수

임금 체불 등 사유로 돌연 '영업중단'

간판만 바꾼 채 '먹튀' 논란 잇달아

소비자원 헬스장 피해구제 증가세

지난달 21일 갑작스럽게 운영이 어려운 점을 공지해 ‘먹튀’ 의혹을 받고 있는 경북 경산 정평동의 한 헬스장 공지. 사진 제공=독자




전국에 지점 수십 곳을 둔 기업형 헬스장이 돌연 폐업하면서 회원권을 환불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먹튀 의혹’이 불거지는 가운데 경찰이 본사 대표 등을 상대로 수사에 나섰다.

6일 서울 방배경찰서는 최근 연달아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기업형 헬스장 A사의 대표 B 씨와 지점장 C 씨 등에 대해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A사는 전국 49개 지점을 두고 있는 대형 헬스장 브랜드다. 한때 전국 70여 개 지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현재 실질적으로 운영 중인 지점은 10여 개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A사 산하 지점들은 지난달 말부터 직원들의 임금 체불이나 공과금 미납으로 인한 온수·가스 중단 등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운영 중단을 통보 중이다. 서울 서초구 소재 방배점은 지난달 22일 “현재 수개월간 근무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한 상태”라며 영업 중단을 시사하는 문자를 보냈다.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에게는 “본사 사정으로 환불 절차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오고 있다. 서울 강남과 경기 김포·고양, 경북 경산·대구 등의 지점에서도 피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같은 헬스장 ‘먹튀’가 간판만 바꾼 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A사가 전국 54개 지점을 둔 대형 헬스장 D사로부터 인수한 방배점은 당시에도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D사 헬스장을 이용했다는 피해자는 “단체 고소도 진행한 지 얼마 안 돼 이런 일이 또 생길지 몰랐다”며 “지난달 초에도 신규 등록한 회원이 있을 정도로 별다른 징후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트레이너들도 임금 체불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2022년 8월부터 방배점에서 근무한 트레이너 E 씨는 “올해 8~10월 치 급여 500만 원을 받지 못해 지난달 말 단체 민사소송을 접수했다”고 전했다.

A사 관계자는 “운영 미숙으로 적자 매장들이 늘기 시작했는데, D사 인수합병 이후 적자 매장 비율이 더욱 높아졌다”면서 “사실상 파산 상태”라고 말했다. A사의 법인 계좌는 가압류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B 씨는 본지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국 지점 수를 고려하면 피해자 수는 수천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피해자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민사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이 계속 접수되고 있어 이후 병합 수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헬스장 피해 구제 접수 건수는 2021년 2406건에서 올해 9월 기준 2521건으로 증가 추세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폐업 이전에 의도적으로 헬스장에서 특가 이벤트를 진행해 회원권 요금을 지나치게 낮춰 판매하면 고의성이 인정될 수 있다”며 “헬스장을 다니기 전 갑작스러운 할인 이벤트가 진행될 때는 실제 헬스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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