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도입된 노동조합 회계 공시제가 안착했다. 이 제도에 대한 노동계의 반감은 여전하지만, 제도는 시행 이래 높은 수준의 노조 참여율을 유지했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시 대상 노조와 산하조직 682곳 가운데 608곳(89.1)이 노조 회계 공시제에 참여해 작년 재정 상황을 일반에 공개했다. 올해 공시율은 직전 90.1%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3년 10월 시행된 노조 회계 공시제는 노조와 산하조직(노조의 내부조직)이 수입·지출·자산·부채 등 회계 기본 항목을 자율적으로 정부의 공시 시스템에 기입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통해 조합원과 국민이 회계 정보를 열람해 알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윤 정부는 노조 회계 공시제를 노동 개혁의 목표인 노사 법치주의의 일환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노조 회계 공시제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공시제는 도입 전부터 자주성을 침해한다며 반대하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공시제 참여로 입장을 바꾸면서 어렵게 ‘본 궤도’에 올랐다. 양대 노총의 결정 덕분에 제도 도입 첫해 공시율이 91.3%를 기록할 수 있었다. 정부는 노조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공시를 한 노조 및 산하 조직만 1년치 조합비 중 15% 세액공제를 받도록 연동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공시제에 대한 불만이 가라앉지 않은 분위기다. 이미 조합원이 노조 재정 정보를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 회계를 세액 공제와 연동해 강제적 참여를 유도했다고 비판한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는 이런 이유로 2년 연속 회계 공시에 불참했다. 또 정부는 재정 상황이 나빠 제대로 노조 활동을 벌이지 못하는 노조를 어떻게 지원할지를 숙제로 떠안았다. 대부분 노조는 매년 수입 대부분을 그대로 지출하면서 충당금을 쌓지 못하고 있다. 윤 정부는 노조에 대한 보조금, 지원 사업까지 전 정부보다 크게 줄였다. 재정 자립을 못한 노조는 조합원 이익 보다 사측에 휘둘리는 ‘어용 노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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