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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아토피, 크면 낫는다? 착각입니다…피부과 전문의 경고[건강 팁]

■ 배유인 순천향대서울병원 피부과 교수

아토피피부염, 영유아부터 소아청소년 시기에 호발

2010년대 표적치료제 등장으로 치료성적 크게 향상

합병증·아토피 행진 막으려면 적극적인 조기 치료 중요

이미지투데이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중에 아토피피부염 환자가 있다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질환인지 잘 아실 것이다. 피부과 의사로서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 가운데 아낌없이 도움을 주고 싶은 이들이 바로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다. 유독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과 공감을 느끼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유년기부터 소아청소년, 20~30대에 이르기까지 젊은 연령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인생의 가장 빛나야 하는 시기에 아토피피부염이라는 피부질환 때문에 마음대로 입지도, 먹지도, 놀지도 못하는 친구들을 보면 최선을 다해서 진료를 보고 싶은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아토피피부염은 중증 질환들 중에서 최근 수년간 가장 비약적인 의학적 성취가 이뤄진 질환이다. 난치성 피부질환의 대명사였던 아토피피부염은 이제 완치까지 장담할 수 있을진 모른다 치더라도 최소한 상당 부분 컨트롤이 가능한 질환이 됐다. 그래서 더욱 '이 환자는 왜 병원에 빨리 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경우가 많다.

아토피피부염의 발생 원인은 매우 복잡하다. 그동안 아토피피부염의 증상을 조절하거나 치료하기 쉽지 않았던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항원(알레르겐)에 대한 회피요법, 보습제, 항히스타민제, 면역요법, 광선치료 등 다양한 치료가 시도됐고 부분적인 효과를 보이긴 했지만 질병을 '상당히 조절한다'고 표현할 만한 단계는 아니었다. 피부 장벽의 구조와 기능, 알레르겐에 대한 감작, 선천면역계의 이상, 적응 면역계의 과발현, 피부미생물, 가려움증 조절 중추 등 소위 손봐야 할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보니 심한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경우 '스테로이드’로 대표되는 면역억제제나 면역조절제를 사용해 일단은 급한 불부터 끄는 치료가 최선이던 시기도 있었다.

아토피피부염 치료는 2010년대 후반 ‘표적치료제’라고 불리는 약제들이 등장하면서 전기를 맞게 됐다. 표적치료제는 크게 아토피피부염의 과발현된 면역체계 내의 특정 염증물질에 달라붙어 작용을 억제하는 ‘항체치료제’와 염증세포 내부에서 염증신호의 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JAK 억제제’로 나뉜다. 아토피피부염의 증상 개선과 병변 호전 효과가 매우 뛰어날 뿐 아니라, 기존 스테로이드나 다른 면역조절제들에 비해 안전성이 훨씬 높다는 장점을 갖췄다. 길게는 5년 이상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임상 연구 결과가 확보되면서 심한 아토피피부염으로 고통받던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중등도 이상의 아토피피부염 환자 대상으로는 건강보험 요양급여 처방도 가능하다.

진료 현장에서 아토피피부염 약제 처방에 관한 상담을 해보면 성인 환자들은 대체로 이런 약물치료에 큰 거부감이 없다. 기존에 적용하던 치료는 물론 새로운 약제에 대한 기대감도 큰 편이다. 반면 나이가 어린 환자일수록 기존 치료에 계속 의존하거나 민간요법 등 대안치료를 찾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몇 년 지나면 알아서 나을 테니 지금은 좀 참게 놔두자는 부모님도 종종 본다. 부모 입장에서 태어난지 2~3년도 채 안 된 영유아에게 새로운 약제를 장기간 투여하는 데 대해 우려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앞서 소개한 약제들은 개발된 지 고작 10년도 지나지 않은 터라 아직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완벽하게 검증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토피피부염을 조기에 적절하게 치료해야 하는 근거와 이점은 무엇일까?

어렸을 때 아토피피부염을 앓던 환자들의 상당수는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많이 호전된다. 영유아기에 발병한 아토피피부염이 경증이었던 경우 이러한 경과가 대부분 들어맞는다. 그러나 영유아기에 중등도 이상의 아토피피부염을 앓았던 아이들은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심한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더욱 큰 문제는 아토피피부염이 호전됐더라도 ‘아토피 체질(atopic diathesis)’은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식품 알레르기, 알레르기 비염, 천식과 같이 다른 아토피 질환을 앓게 될 확률도 높은 편이다. 이와 같은 임상 경과를 하나하나 겪는 것을 가리켜 '아토피 행진(atopic march)'이라고 부른다.



전체 소아청소년 아토피피부염 환자 중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비율. 사진 제공=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지·순천향대서울병원


최근 학계에서는 아토피피부염을 어렸을 때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아토피피부염 자체 뿐만 아니라 또다른 아토피 질환의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점점 증폭되는 아토피 행진의 초기 관문인 아토피피부염을 잘 조절하고 면역학적 안정 상태를 유지시키면 다양한 후속 이벤트들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작년 5월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발간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전체 아토피피부염 환자 중 중증 환자의 비율은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또 아토피피부염의 중증도가 높을수록 만성 전신 질환의 유병률 역시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질병의 활성도 조절과 합병증 예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기길 바란다.

배유인 순천향대서울병원 피부과 교수. 사진 제공=순천향대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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