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레이저 가공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들이 반도체 기판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유리 기판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성능의 수요 증가로 고사양 반도체 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리기판은 현재 사용되는 플라스틱 같은 수지계열 기판을 대체할 차세대 기판으로 시장의 각광을 받고 있다. 유리기판은 수지계열 기판보다 온도 변화와 열 내구성이 강하고 더 많은 칩을 탑재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특히 유리 기판 공정 중 초기 단계로 내부회로 간 전기적 연결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유리에 미세한 구멍을 뚫는 유리관통전극(TGV) 기술력이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평가받는다.
이에 국내 레이저 소부장 기업들은 유리기판 시대를 대비해 관련 기술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초정밀 레이저 가공 기술 전문기업 ‘21세기’는 유리기판 양산 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1세기는 반도체와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2차 전지, 의료·바이오 분야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되는 다수의 초정밀 부품 및 장비를 제작할 수 있는 '초정밀 레이저 가공 기술'을 보유했다.
김성환 21세기 대표는 “유리기판 장비 개발을 통해 레이저 한 공정으로 TGV 과정을 끝내면 반도체 생산과 효율성 등이 크게 개선돼 산업의 혁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소부장 중소기업 중 반도체 유리기판 관련 장비 개발에 가장 주목받는 곳은 필옵틱스(161580)다. 회사는 지난 해 3월 TGV 장비 출하식을 통해 유리가공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회사는 레이저 TGV 장비, DI 노광기(익스포저), 레이저 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ABF) 드릴링 장비, 레이저 싱귤레이션 장비 등을 여러 고객사 양산라인과 개발라인에 공급 중이다.
필옵틱스는 반도체 유리기판 검사 장비까지 개발하는 등 유리기판용 장비 포트폴리오 확대하며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2012년 설립된 초정밀 레이저 가공 및 응용장비 개발 기업 레이저앱스 역시 유리기판에 미세균열을 발생시키지 않고 이를 절단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는 유리에 100여개 공정을 통해 전기적 신호가 흐르는 배선과 구조물을 형성한 뒤 최종적으로 절단하는 ‘싱귤레이션 공정’에 강점이 있다.
레이저앱스는 레이저를 사용해 유리 내부에 플라즈마 융해점(멜팅 스팟)을 만들어 녹인 뒤 절단하는 플라즈마 멜팅 컷 기술을 최근 공개했다. 기존의 기계적 휠 절단이나 이산화탄소(CO₂) 레이저, 베셀(Bessel) 레이저와는 완전히 다른 독자 기술로 레이어 두께가 450마이크로미터(㎛)인 유리기판을 미세균열 없이 잘라낼 수 있다.
그로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유리기판 시장은 2034년까지 약 6조 1047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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