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이 기성 언론이 아닌 인플루언서만을 위한 브리핑을 개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 초대받은 인플루언서들은 친(親) 트럼프 성향으로 확인됐다.
최근 미국 NBC방송 보도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인플루언서 브리핑'을 열었다.
브리핑 첫날 레빗 대변인은 참석한 인플루언서들에게 "이제 뉴스를 보기 위해 소셜미디어와 독립 미디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시민이 수천만에 이른다"며 "(기성 언론이 아닌) 모든 미디어가 이제 각자의 자리를 가졌다. 여러분이 오늘 이 브리핑에 참석했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언급했다.
NBC방송은 해당 발언과 달리 이런 기회가 주어진 인플루언서는 매우 한정적이었다고 전했다. 브리핑에 초청된 인플루언서 대다수는 트럼프 정부를 노골적으로 찬양해왔거나 1·2기 트럼프 정부 내각 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인물들이었다.
첫날 브리핑에 참여한 인플루언서 숀 스파이서는 트럼프 1기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인물이다.
이밖에도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의 선거 참모, 재무부 관료 출신의 친 트럼프 성향 인터넷 언론 정치 에디터 등도 브리핑에 참석했다. 18살짜리 인플루언서도 있었는데,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배런 트럼프의 '베스트 프렌드'를 자처했다고 NBC는 전했다.
이들은 브리핑 자리에서 질문보다는 트럼프 정부를 향한 찬사를 늘어놓는 데 집중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은 왜 자꾸 주류 언론과 인터뷰하느냐", "레빗 대변인 본인처럼 직장을 다니는 부모에게 해줄 조언이 있느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선거 공정성에 대해 조사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등 현안에서 다소 동떨어진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거 공정성과 관련한 질문에는 레빗 대변인이 '신선하다'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백악관이 미리 질문 내용을 검토하거나, 브리핑 내용을 플랫폼에 어떻게 게시하라고 지시하는 등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한 브리핑 참석자는 전했다.
NBC는 미국 내 진보 진영에서는 이 브리핑에 대해 성향이 극도로 치우치거나, 과거 논란이 짙은 콘텐츠를 생산했던 크리에이터들로 브리핑룸을 채웠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반면에 트럼프 지지층 일각에서도 더욱 강경한 마가(MAGA) 지지자들이 오히려 배제됐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편향성을 지적받을 수 있는 브리핑에 참석하는 것이 인플루언서 스스로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홍보관계자는 “대중이 이런 인플루언서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은 사실과 진실성 때문"이라며 "이런 브리핑은 바로 그 사실과 진실성의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구 최고의 엘리트 건물(백악관)에서 그 권력에 아부나 한다면 스스로 '날카롭게 진실을 말하는 자'로 내세우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브리핑은 참석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라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2기 출범 직후 인플루언서 등 1인 미디어에 백악관 출입 및 브리핑 취재를 허용한 바 있다. 기성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대한 불신과 원망이 크고 보수 성향 뉴미디어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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