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을 이을 제267대 교황으로 미국의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선출됐다.
8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선거인단 수석 추기경은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외쳐 새 교황의 탄생을 공식 선언했다. 이어 새로운 교황으로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선출됐으며, 그가 앞으로 사용할 교황 즉위명은 ‘레오 14세’라고 발표했다. 앞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서는 개막 이틀만 이자 투표 횟수로는 4번째 만에 새로운 교황 선출에 다다랐다. 지난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로는 17일 만이다. 2005년(베네딕토 16세)과 2013년(프란치스코) 콘클라베도 둘째날 결과가 나왔다. 투표 횟수는 각각 4차례, 5차례씩 진행됐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의 선출 이후 첫 일성은 ‘평화’였다. 그는 이날 선출 이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서 군중에게 교황으로서 첫 인사를 하며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페인어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지난달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어 레오 14세로 즉위한 프레보스토 추기경은 1955년 미국 시카고 출신으로 역대 첫 미국 출신 교황이다. 가톨릭 내에서는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그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시절에는 전 세계 주교 임명을 관장하는 ‘주교성성’의 위원으로도 발탁된 바 있다.
페루 북부 도시 치클라요에서 주교로 봉직하는 등 선교지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2015년에는 페루 시민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는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2022년 주교 후보 지명을 심사하는 바티칸 사무국 위원에 자리에 3명의 여성을 임명한 개혁 조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요 가톨릭 개혁 중 하나로 꼽힌다.
그동안 바티칸은 세속적인 글로벌 영향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미국 출신 교황에 거리를 두는 분위기였지만 프레보스토 추기경의 경우 페루 등에서 오래 봉사한 점과 고위직을 두루 거친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BBC방송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을 이어가면서도 교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며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 4번의 투표로 선출된 건 추기경들이 그런 평가에 동의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신임 교황으로 선출된 프레보스트 추기경에게 “축하한다”면서 “그가 첫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나 흥분되는 일이고, 우리나라에 얼마나 큰 영광인가”라고 밝힌 뒤 “나는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며 “그것은 매우 의미있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라디비르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이 발표한 메시지에서 “러시아와 바티칸 사이에 구축된 건설적인 대화와 협력이 우리를 하나로 묶는 기독교적 가치에 기초해 계속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교황 레오 14세의 선출을 축하하며 바티칸이 그의 리더십 아래 “도덕적·영적 지원”을 유지하기를 희망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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