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신인 레오 14세 교황 선출로 ‘세계 정치·경제 초강대국인 미국 출신은 교황으로 뽑지 않는다’는 가톨릭 교계의 불문율이 깨졌다. 기존 관념을 깬 새 교황 선출에는 미국이라는 특정 국가를 초월하는 레오 14세의 다양하고 포용적인 문화적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레오 14세는 미국인이기는 하지만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영어 외에 스페인어·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캐슬린 스프로스 커밍스 미국 노터데임대 교수는 미국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새 교황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의 삶을 미국 밖에서 선교사로 살았고 이탈리아와 바티칸에서도 일했다”며 “그는 세 개의 다른 대륙을 잇는 다리를 만드는 사람이고, 이는 교회가 필요로 하는 것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찰리 길레스피 미국 세이크리드허트대 교수도 “추기경단이 ‘전 세계’를 위해 누군가를 선출해야 한다는 소명을 느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시사 잡지 애틀랜틱은 “세계를 지배하는 국가의 국민이 세계 최대 종교의 지도자가 된다면 지정학적·문화적 균형이 극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해 미국이 전 세계에 더 논쟁적인 입장을 취하는 가운데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 선출됐다는 점이 놀랍다”고 짚었다.
그가 추기경으로 공식 서임된 지 1년여 만에 교황으로 선출된 점 역시 이례적이다. 교황청은 ‘세례를 받은 가톨릭 남성’을 교황의 자격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어 추기경 경력의 길고 짧음이 당락을 좌우하는 공식적인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재임 기간이 길었던 선임 추기경들이 선거에서 유리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1월 그를 주교부 장관 및 라틴아메리카위원장으로 임명했고 같은 해 9월 추기경으로 서임했다. 그가 공식적으로 추기경 직무를 시작한 때는 지난해 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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