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법원의 결정으로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캠프도 기사회생했다. 기호 2번을 달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본선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무소속 출마도, 신당 창당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불출마 가능성까지 점쳐졌던 한 후보는 단일화 기한으로 제시한 11일이 당장 코앞인 만큼 김문수 후보 및 당 지도부와의 소통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날 서울남부지법이 김 후보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대해 한 후보 측 이정현 대변인은 “차분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대선 승리지, 나머지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후보가 후보 지위에 대한 법적 보장을 얻어내는 데 실패하면서 한 후보 측은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법원 결정 전까지 한 후보는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김 후보 측에 한층 강한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유튜브 채널 ‘두시엔 김광일’에 출연한 한 후보는 “일요일(11일)까지도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며 “이번 대선은 누가 되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어떻게 누란의 위기로부터 구할지의 문제”라고 김 후보 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 대변인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는 육법전서가 아니라 정치로 푸는 것인데, 정치 실종이자 정치의 사법화”라고 김 후보를 비판하면서 “진짜 중요하고 무서운 것은 민심이며 민심을 거슬러서는 어떤 일도 해낼 수 없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같은 날 김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단일화 거부 의사를 재차 표명했다.
법원의 가처분 기각 직전까지 한 후보의 입지는 점점 위태로워지는 모양새였다. 단일화 성사에 진척이 없는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 차원에서 후보 교체를 추진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 최악의 경우 결국 불출마할 가능성까지 점쳐진 바 있다. 앞서 한 후보는 “11일 이전까지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무소속 출마의 경우 선거 자금 및 유세 지원 등의 측면에서 훨씬 불리하다.
이 때문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20명이 탈당해 신당을 만들고 한 후보를 대선 후보로 내세우자”며 신당 창당을 제안하기도 했다. 20명 이상이면 원내교섭단체 요건을 충족해 13일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신당 창당도 11일까지 마쳐야 하는데 가능하겠느냐”며 “실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한 후보는 이날 KBS ‘사사건건’에도 출연해 “4월 19일부터 5월 6일까지 ‘국민의힘 후보가 되면 즉시 단일화하겠다’고 22번 약속했던 김 후보에게 굉장히 실망했고 충격받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김 후보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단일화 공방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한 후보가 이날 “경선을 통해 단일화를 재추진하든, 당헌·당규에 합당한 방법으로 다른 절차를 밟으시든 국민의힘에서 그런 것들이 결정된 직후 바로 입당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당 지도부의 행보를 지켜보며 물밑 소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일화 또는 후보 교체가 얼마나 한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초 구상과 달리 단일화 시도 과정에서 극도의 분열상이 현실화되면서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을 아우르는 ‘개헌 빅텐트’도 빛이 바랬다. 실망한 보수 유권자들의 표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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