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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분만과 사투…두렵다고 그만둘 수 없죠"

오수영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20년 넘게 고위험 산모 출산 도와

올 '보건의 날' 황조근정훈장 수훈

"고령 임신 느는데 전문의는 부족

의료진 양성 위해 특단 조치 필요

후배들, 사고 무서워도 포기 말길"

오수영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분만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제 선택에 후회한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20년 넘게 이 병원에서 살려낸 산모와 아기들을 생각하면 그때 그만두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난 오수영 산부인과 교수는 “산과를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들 때마다 지도교수님과 동료 의료진이 중심을 잡아줬다”며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오 교수는 지난달 열린 ‘제53회 보건의 날’ 행사에서 20년 이상 고위험 산모와 태아 진료에 헌신한 공로로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취재진의 뒤늦은 축하 인사에 그는 “대학병원에 몸담고 있는 전문의들은 짧으면 30년, 길게는 50년 동안 한 우물을 파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인데 이런 큰 상을 제가 받아도 될지 모르겠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분만실을 지켜온 동료 의사들을 대신해 제가 상을 받게 된 것 같다”며 “수상 이후 부담감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오 교수의 진료실을 찾는 환자 중 상당수는 고위험 산모다. 고위험 산모는 말 그대로 나이가 많거나 당뇨병·고혈압 같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쌍둥이·다태아를 임신해 조산하거나 분만 과정에서 본인 또는 태아에게 합병증이 생기기 쉬운 이들이다. 2023년 기준 대한민국의 첫째아 출산 평균 연령은 33.6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인 29.5세보다 4년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고령 임신과 함께 시험관아기 시술이 증가하면서 분만의 위험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태아 비율은 5.8%, 조산율은 9.9%로 일본과 비교하면 2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이들을 진료해야 할 산부인과 전문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오 교수가 내민 자료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에서 산과 교수는 125명(전임 교원 기준)에 불과하다. 산부인과 교수가 4명 이하인 곳이 전체의 44%에 달하고 울산·충북의 경우 2명의 산부인과 교수가 지역 내 고위험 산모와 태아 진료를 전담하고 있다. 오 교수는 “산부인과 전문의 부족은 위험 수위에 도달한 지 오래됐다”며 “2032년에는 교수 인원이 현재의 76%, 2041년에는 36%로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의사가 줄어들수록 분만 취약지가 늘어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게 된다”며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분만 현장을 떠나지 않고 신규 교수가 양성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과 3학년 임상 실습을 돌던 중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의 감동을 잊지 못해 산부인과를 선택했다는 오 교수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그는 전임의 1년 차 시절 야간 당직을 서던 중 조기 양막 파수로 입원한 산모의 탯줄이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뱃속 아기에게 영구적인 장애가 남게 됐던 아픈 기억을 끄집어냈다. 의료진의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적 사고였지만 ‘계속해서 분만 현장을 지킬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당시 경험은 2012년 의료분쟁조정법이 도입되고 2023년 개정되기까지 오 교수가 분만 인프라 붕괴와 산부인과 소송 문제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며 전문 인력 감소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한 동력이 됐다.

그는 산부인과를 고려하는 후배 의사들에게 “소송이나 의료사고가 두렵다고 해서 가슴이 뛰는 일을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하곤 한다. 환자를 향한 진심은 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365일 응급콜을 받고 훈장도 대리 수상할 정도로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책을 내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동시에 미혼의 두 딸을 둔 엄마로서 젊은 여성들에게 임신·출산에 관한 길잡이가 돼야 한다는 사명감에서다. 그는 임신·출산의 과정을 등산에 빗대 “35세가 넘으면 등산 코스가 험해진다”며 “몇 년만 일찍 준비하면 순탄하게 임신·출산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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