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속도를 초과해 달리다 사람을 치어 숨지게 했더라도 운전자가 무단횡단을 미리 예견할 수 없고, 과속과 사망 사이의 인과 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면 ‘무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9단독 고영식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일 오후 5시 50분께 대전 유성구 한 왕복 6차로를 시속 80㎞로 운전하다 무단횡단하던 80대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50㎞였다.
고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이 사고를 예견하거나 회피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A씨가 제한속도를 지켜 운전했을 때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증명돼야 죄를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 부장판사는 "왕복 6차로를 운전하는 운전자로서는 보행자가 갑자기 무단 횡단을 하는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까지 예상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일몰 이후에 피해자가 어두운 옷을 입고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었으며 인근 나무 때문에 피해자를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제한속도 시속 50㎞를 준수했다고 하더라도 무단횡단을 하는 피해자를 미리 발견하는 게 용이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도로교통공단도 이에 대해 '실제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 회피 가능 여부를 객관적으로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회신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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