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위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던 50대 오토바이 수리공이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해 100여 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15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3월 24일 신길승(59) 씨가 인제대 해운대백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후 심장과 간을 기증해 2명을 살렸다. 또 피부, 뼈, 연골, 혈관 등 인체조직을 함께 기증해 100여 명의 환자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신 씨는 지난 3월 7일 집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유가족은 생전 신 씨가 "뇌사상태가 된다면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떠올라 마지막 순간에 좋은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장기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유족에 따르면 부산에서 태어난 신 씨는 어릴 적 오토바이 선수를 꿈꿨다. 비록 선수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30년 넘게 오토바이 가게를 운영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토바이를 수리하며 육체적으로 힘든 일상에서도 공부와 봉사활동을 놓지 않으며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지역의 청년회장을 맡으며 퇴근 후와 일요일에 방역·방범 봉사를 했고 이웃을 위한 도배·장판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장과 표창장을 여러 번 받았다.
바쁜 일상에서도 집 안 구석구석에 신 씨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가족에게도 충실한 가장이었다.
신 씨의 아들 종우 씨는 "아버지를 다시는 볼 수 없단 사실이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프지만, 아버지가 좋은 일을 하고 떠나셨다는 사실에 자랑스럽다"며 "하늘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잘 지내세요. 사랑해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신길승 씨와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하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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