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설립할 연산 5만 대의 공장은 중동 지역을 아우르는 생산 거점으로 육성된다. 현대차(005380)와 PIF는 이번 생산 공장 설립을 통해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동과 아프리카 자동차 시장을 함께 공략하고 수소와 에너지 사업까지 협력할 초석을 마련했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14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제다 인근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차 사우디 생산법인(HMMME)’ 공장 착공식에서 “현대차와의 협력은 기술력 향상과 인재 육성을 위한 PIF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야지드 알후미에드 PIF 부총재도 “HMMME는 사우디 자동차 산업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라며 “현대차와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사우디 모빌리티 생태계 성장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 생산법인 설립으로 중동 시장에서 판매를 늘릴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 중동 최대의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연간 80만 대의 자동차가 판매된다. 특히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IMARC Group)에 따르면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전기차의 판매량도 연평균 17%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로서는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을 공략하면 주변 국가와 아프리카까지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실제로 현대차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빠르게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사우디 판매량은 13만 5878대로 2022년(9만 1510대)와 비교해 4만 4000여대 이상 늘었다. 현지 시장점유율도 같은 기간 14.2%에서 15.6%로 늘어났다. 올해 1분기 역시 판매량은 3만 4776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2만 8000여 대) 대비 25% 이상 늘어났다.
내년부터 현지 생산법인이 가동되면 중동 지역의 판매 실적은 날개를 달 수 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판단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시장 자동차 판매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권역 내 최대 시장이다. 실제 지난해 중동에서 판매된 차량은 모두 249만 대로 이 중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판매된 차량만 84만 대에 달한다.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최초로 여성의 차량 운전이 허용된 후 여성 운전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동차 부품 수요도 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자동차 부품 수입은 전년에 비해 17.3% 증가한 14억 8000만 달러(약 2조 원)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서 성과를 내면 자동차와 부품 분야에도 모두 매출을 늘릴 수 있다.
사우디 정부의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석유에 집중된 산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제조업 등으로 수익을 다변화하는 국가 발전 중장기 계획인 ‘비전 2030’을 실행하고 있다. 자국 기업들만으로 기술의 격차를 극복하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현대차와의 합작 공장도 PIF의 자동차 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중점 사업 중 하나다. PIF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급속충전기 5000기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장 부회장은 “PIF는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현대차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협업으로 만들어지는 밸류체인을 통해 비전 2030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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