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진단 결과를 공개하는 내용의 서울시의회 조례안을 놓고 지난 2년간 이어진 법정 공방이 시의회 승소로 마침표를 찍었다. 당장 서울 초중고 학교장들이 올해 초 시행한 기초학력 진단 검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학교 서열화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공개 여부도 불확실하고 진단 결과가 학교 평가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없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반론 또한 만만찮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5일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무효로 해달라며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해당 조례는 서울 초중고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진단 검사 결과를 학교별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서울시의회가 제정해 2023년 5월 공포했다. 그간 학교는 검사 결과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한 학생의 학부모에게만 해당 사실을 안내한 후 학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들을 것을 권유했는데 조례안에 따라 전체 결과 공개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조례안 일부 조항이 교육청의 권한을 침해하고 조례안 시행 시 학교 서열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서울시교육청은 조례안 공포 직전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서울시의회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직후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기초학력 보장은 아이들의 인권을 지키는 것이자 공교육의 가장 기본적 책무라는 의회의 판단을 인정해준 것”이라며 환영했다. 서울시의회를 포함해 정보 공개에 찬성하는 측은 투명한 정보 공개가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히면서도 이번 판결로 학교·지역 간 과열 경쟁과 서열화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교장이 타 학교와 비교해 경쟁 우위에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학교 이름을 실명으로 공개할 가능성도 있고, 그럴 경우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 많은 학교는 학교 선택 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본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초학력 진단 결과 공개 결정이 서울 부동산 시장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이 많은 학교의 경우 공개를 꺼릴 수 있고 검사 결과가 좋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처럼 변별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닌 만큼 우수 학생 유입 유인이 되기 어려워 공개를 결정하는 학교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기초학력 진단 검사는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검사다. 검사 특성상 어렵게 문제를 내지 않아 좋은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해당 학교가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학교 입장에서는 공개 실익이 크지 않고, 공개를 하더라도 서열화 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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