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도서관이 약 80년 전 가품으로 알고 27달러(최근 환율 기준 3만 7000원)에 사들인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대헌장) 문건이 14세기 영국 왕이 서명한 진품으로 드러났다. 마그나카르타는 1215년(13세기) 영국의 존 왕이 귀족들의 강요에 의해 국왕의 권리를 명시한 내용에 서명한 문건이다. 당시 전제 군주의 권력에 제동을 건 역사적 사건으로, 근대 민주주의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1215년의 첫 문건에 이어 1300년대까지 후세 왕들의 배포로 다양한 판본이 존재한다.
14일(현지시간) BBC 등 영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드 카펜터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교수, 니컬러스 빈센트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교수는 1년 간의 연구 끝에 하버드대 로스쿨 소장본이 1300년 영국 에드워드 왕이 서명한 진품 마그나카르타 7개 중 하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발견의 시작은 두 교수가 하버드대 도서관 홈페이지의 소장품 도록에서 찾은 소장품 'HLS MS 172'의 디지털 사진이다. 도록에서는 “(마그나카르타의) 1327년 사본. 다소 번지고 습기로 얼룩” 이런 식으로 소장품을 사본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 소장품의 모습을 보고 진품일 가능성을 떠올렸다.
두 교수는 자외선 촬영, 분광 이미징 등의 기법을 활용해 문건을 정밀 분석하는 한편 14세기 당시 어휘, 어순대로 작성 여부와 같은 내용도 확인했다. 분석 결과 하버드대 소장본은 1300년의 다른 진품과 동일한 크기에 동일한 내용, 어휘와 어순이 쓰인 사실이 확인됐다. 서명 첫 글자인 E뿐 아니라 D까지 대문자로 쓰는 에드워드 왕의 독특한 서명 방식도 다른 진품과 일치해 이들은 하버드대 소장본을 진품으로 판단했다.
이번에 발견된 문건은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가문에서 소장하다가 1945년 '메이너드 가문'의 한 후손이 소더비 경매를 통해 런던의 한 서점 운영사에 42파운드(최근 환율 기준 7만 7000원)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버드대학교가 이 문건을 확보하는 댓가로 지출한 27달러는 당시 영국 파운드화 가치로 7파운드에 불과했다고 BBC는 전했다. 빈센트 교수는 마그나카르타의 가치에 대해 "숫자로 거론하기는 조심스럽지만 1297년 마그나카르타는 2007년 뉴욕의 한 경매에서 2100만 달러(293억 8000만 원)에 팔렸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