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 확보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핵심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국내 인재 육성과 해외 우수 인재 영입은 외려 후퇴하고 있다. 김영오 서울대 공과대학장은 이달 13일 ‘이공계 인재 양성 정책포럼’에서 “지난해 서울대 공대 신입생 850명 중 130명이 자퇴했다”며 “의대 정원 확대로 올해 2학기가 더 두렵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 강국을 외치지만 정작 시급한 것은 이공계 기피 현상 확산을 막는 것이다.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은 더 충격적이다. 지난달 국가석학 1·2호로 선정된 과학자들이 정년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결국 중국행을 택했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홍콩으로 떠났다.
세계 각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 정책과 예산 배정에 반발해 미국을 떠나는 과학자들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탈(脫)미국 과학자 영입을 위해 2027년까지 연구 지원 예산으로 5억 유로(약 80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영국은 이주 과학자 지원에 5000만 파운드(약 932억 원)를 지출할 계획이다. 중국은 미국 내 중국계 과학자들을 위한 전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아시아계 과학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이대로 머뭇거리면 국내 핵심 인재는 물론 재미 과학자들까지 중국에 빼앗길 우려가 크다.
AI 패권 전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우수 인재들의 유출은 한국의 미래 성장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마련해 첨단 인재 육성 및 영입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해야 할 때다. 우선 ‘AI 인재 육성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인재 유출을 막는 방파제를 구축하고 스타트업 규제들을 완화해 해외 우수 인재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이 해외의 첨단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국가’로 인식될 수 있도록 연구 환경과 정주 여건도 서둘러 개선해야 할 것이다. 고급 인재를 확보해야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고 신성장 동력을 점화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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