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 경영 정책자금을 4조 6000억 원 추가 공급한다. 정부가 대규모 자금 지원에 나선 것은 자동차 업계 경영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구체적인 피해 추산은 어렵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중소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은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국내 2만여 자동차 부품사는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고 영업이익률도 제조업 평균보다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해 부품사 2만 1443개를 대상으로 한 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매출 100억 원 미만 기업이 88%에 달했다.
매출액 기준 300억 이상 기업은 686곳으로 전체의 3.2%에 불과하다. 100~300억 원 규모의 기업도 1951곳으로 9.1%에 그쳤다. 10~100억 미만과 5억~10억 미만이 각각 7690곳, 4717곳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액이 5억 원도 안 되는 사업체도 6398곳(29.8%)에 이른다.
특히 이들의 핵심 고객사인 현대차가 대미 관세 리스크 대응을 위해 미국 현지생산량을 현재 70만 대에서 120만 대로 확대할 계획을 밝히면서 부품 중소기업의 생산과 일자리 감소 등 연쇄 충격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 413만 대 가운데 해외 수출 차량은 278만 대에 달한다. 대미 수출 물량은 143만 대로 전체 수출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중기부는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 정책 자금 4조 6000억 원 추가 투입한다. 미국 관세부과에 따라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중소기업에 유동성을 신속하게 공급해 수출역량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관세충격에 따른 구체적 피해 추산은 어렵지만 우리 기업에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에 실효성 있는 산업 안전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먼저 미국 품목 관세 조치로 경영환경 악화가 예상되는 자동차부품, 철강·알루미늄 관련 업종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1000억 원 규모의 통상리스크 대응 긴급자금을 신설했다. 또 긴급경영안정자금도 기존 2500억 원에서 3000억 원 증액해 총 5500억 원으로 늘렸다.
또 미 관세정책 피해기업과 첨단기술 기업 지원을 위한 ‘위기극복 특례보증’을 신설해 4조 2000억 원 공급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매출 또는 영업이익이 10% 이상 감소한 기업이다. 수출 과정에서 필요한 컨설팅·물류비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는 수출바우처에 1745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
정부는 긴급 대응책 외에도 미래를 위한 중장기 대응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미래차 부품산업 기본계획을 통해 기술개발, 인력양성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내 오는 2027년 레벨 4 자율주행(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운행) 상용화를 목표로 범부처 자율주행 통합 기술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자동차 산업 초격차 기술개발을 위해 올해부터 예산을 전년보다 665억 원 증대된 4990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증액된 예산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등에 집중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자율주행 등 자동차 기술을 관계부처 협의, 저문가 평가 등을 거쳐 국가전략기술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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