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업에 투자 규모 2조원대의 골프장·호텔 등 개발사업을 승인했다. 상호관세 48% 부과 대상이 되며 미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내놓은 유화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쩐 홍 하 베트남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기업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과 베트남 부동산 개발사 ‘킨박시티'(KBC)’ 컨소시엄의 개발사업을 승인했다. 이 사업은 베트남 북부 하노이 인근 흥옌성에 18홀 골프장 3개와 주거 단지, 상업시설, 공원 등을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업 규모가 15억 달러(약 2조1000억원) 규모로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의 동아시아 최대 프로젝트다.
컨소시엄은 공사를 올해 시작해 2029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베트남 남부 호치민 근처에 베트남 제2의 골프장 또는 호텔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고 부지 최종 후보 지역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46%의 초고율 상호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해왔다. 미국 측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라고 요구하자 베트남은 미국산 상품 수입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까오 아인 뚜언 베트남 재무부 차관은 미국 워싱턴DC에서 로버트 캐프로스 미 재무부 국제차관보 대행을 만났다. 그는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 첨단기술 제품의 베트남 수입을 원활히 해줄 것을 요청했다. 관영 베트남뉴스통신(VNA)은 뚜언 차관이 “베트남에는 에너지, 첨단기술, 항공, 기계·장비, 농산물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캐프로스 차관보 대행은 현재와 같은 미국의 베트남 상대 무역적자가 지속 불가능한 주요 우려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베트남에 중국산 상품의 원산지를 베트남 등지로 세탁하는 불법 환적 등 무역사기를 근절하는 조치를 해줄 것을 주문했다.
베트남의 지난해 대미 상품무역수지는 역대 최대인 1235억 달러(약 173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폭이 중국·유럽연합(EU)·멕시코에 이어 4번째로 컸다. 올 1분기에도 365억 달러(약 51조원)의 무역흑자를 냈다. 특히 3월에는 미국 관세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대미 수출을 서두르면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인 135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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