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절차의 장기화는 자본시장의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되어 왔다. 최근 5년간 상장폐지 사례(71건)를 분석해보면, 그 중 87%인 62건이 상장폐지 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부터 최종 퇴출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되었다. 이러한 지연에 대해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고 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어왔다.
기존 절차에 의하면, 코스피 시장의 경우 2심제로 운영되어 최대 4년의 개선기간이 부여될 수 있고, 코스닥 시장은 3심제로 최대 2년의 개선기간이 주어질 수 있다. 여기에 위원회 심의기간(20~30일)이 추가되고, '속개' 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개선기간이 더 연장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상장폐지 절차의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래소는 상장폐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였다. 우선 심의단계가 축소된다. 특히 코스닥 시장의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과정에서 심의주체가 동일한 2심과 3심을 통합하여 2심제로 개편된다. 이는 불필요한 절차 중복을 제거하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이해된다.
개선기간도 대폭 축소된다. 코스피 시장의 경우 형식적 사유에 대한 이의신청 시 최대 개선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고, 실질심사의 경우 4년(1·2심 각 2년)에서 2년(각 1년)으로 단축된다. 코스닥 시장 역시 실질심사 시 최대 개선기간이 2년에서 1.5년으로 축소된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형식적 사유와 실질심사 사유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의 처리 방식이다. 기존에는 형식적 사유에 대한 심사를 먼저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실질심사를 진행하는 순차적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두 심사를 병행하여 진행하고, 어느 하나라도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최종 상장폐지가 확정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다만, 기업의 정당한 회생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도 마련된다. 개선계획 이행이 임박했거나 조만간 법원 판결이 예정된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심의단계별로 3개월의 추가 기간이 허용될 수 있다. 또한 회생·워크아웃 기업의 경우 제한적으로 1년의 추가 개선기간이 부여될 수 있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상장폐지 절차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당한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한 기회 보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의 균형을 추구한 것으로 평가된다.
상장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과거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개선 조치를 완료해야 하므로, 평상시 재무건전성과 지배구조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만약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경우라면, 제한된 시간 내에 효과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인 개선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