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교육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선거 때마다 도마 위에 올랐던 교육감 직선제가 21대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폐지 반대 입장이지만 교육계에서는 후보 난립, 낮은 투표율, 과도한 선거 비용 등 현행 직선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18일 교육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는 최근 현행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 또는 ‘광역단체장 임명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반면 이 후보는 직선제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한주 민주당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장은 “교육 자치를 포기하자는 것과 다름없다”며 김 후보의 공약을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직선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 도입 등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교육감 직선제가 선거철마다 논란에 휩싸이는 이유는 제도적 한계와 누적된 부작용 때문이다. 2007년 ‘교육 자치’와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목표로 도입된 이 제도는 지난 18년간 인지도 중심의 후보 난립, 포퓰리즘 정책 경쟁, 이념 대립 구도 속 선거가 반복되면서 본래 취지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정당 공천이 금지된 구조 속에서 선거는 진영 간 단일화 경쟁으로 변질됐고 후보자와 정책에 대한 실질적 검증 없이 치러지는 ‘깜깜이 선거’가 고착화되고 있다. 유권자의 관심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재보궐 선거 최종 투표율은 23.5%(사전투표 포함)로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2008년 선거 이래 가장 낮았다.
선거 비용 부담 역시 큰 문제로 지적된다. 2022년 기준 교육감 후보 1인당 평균 선거 비용은 10억 8000만 원으로 같은 해 시·도지사 평균 비용(9억 1000만 원)보다 더 많았다. 교육감 후보는 정당 소속 출마가 금지돼 있어 선거 비용을 전액 개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선제 도입에 따른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교육계 일각에서는 현행 교육감 직선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러닝메이트제나 임명제를 대안으로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2023년 러닝메이트제를 주요 입법 과제로 선정했고 관련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다만 러닝메이트제나 임명제 역시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현재도 지방자치단체장의 정당 성향에 따라 지역 교육 행정이 정치적으로 좌우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러닝메이트제로 전환될 경우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선출 방식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는 “제도적 보완책 없이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면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며 “현재 교육감 선거권 연령이 18세로 하향됐지만 더 나아가 모든 고등학생에게 투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청소년들의 정책 참여를 독려하고 전반적인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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