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과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설립자가 잇따라 미국이 당면한 경제적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미국 정부 부채 문제를 시장이 안일하게 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이먼 회장은 19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JP모건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사람들은 관세의 영향을 아직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이) 꽤 괜찮다고 느끼고 있다”며 “최근 시장이 10% 하락했다가 10% 상승했는데 이는 지나치게(extraordinary) 안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약 일주일간 12.1% 급락했다가 이날까지 19.7% 오르며 하락 폭을 모두 회복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한시적으로 115%포인트의 관세를 서로 내리기로 합의한 후 상승세가 본격화됐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 30%, 세계 각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이먼 회장은 “관세율 10%도 1971년 이후 본 적 없는 수준”이라며 “관세율이 낮은 수준으로 결정되더라도 이는 상당히 극단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줄어들어 주식시장이 약 10%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관세에 따른) 결과를 예측할 수 없으며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 경기 침체 가능성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이먼 회장은 지정학적 문제와 기업의 신용 경색 등 당면한 위험이 산적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신용은 나쁜 위험”이라며 “큰 경기 침체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신용 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놓치고 있다. 시장은 너무 많은 리스크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리오 설립자도 정부 부채 리스크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앞서 16일 무디스가 부채 문제를 지적하며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했지만 실제 위험은 신용등급에서 드러나는 것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달리오 설립자는 이날 “신용등급은 정부가 채무 불이행에 빠질 위험만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용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신용등급은) 국가가 채무를 갚기 위해 돈을 찍어내면서 투자자가 받는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더 큰 위험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부채 문제의 핵심은 국채 투자 원금을 받지 못하는 위험이 아니라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위험이라는 것이다. 달리오는 “돈의 가치 관점에서 미국 국채의 위험은 신용평가사가 전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월가 두 거물의 이 같은 경고는 이날 미국 주식과 국채 시장이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승한 가운데 나왔다. 이날 S&P500이 0.09% 오르는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상승 마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bp 하락하며 4.454%를 기록했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한편 무디스는 이날 미국 국가 신용도 하향에 따른 후속 조치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JP모건·웰스파고의 장기 예금 등급을 기존 Aa1에서 Aa2로 한 단계씩 낮췄다. BofA와 뱅크오브뉴욕멜런(BNY) 일부 사업부의 무담보 선순위 채권 등급도 같은 수준으로 강등했다. 또 BofA·BNY·JP모건·스테이트스트리트·웰스파고 일부 사업부에 대한 장기 거래 상대방 위험 등급도 마찬가지로 낮췄다. 무디스는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금융기관을 지원할 능력이 그만큼 약화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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