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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같은 작품?…이혜영·이영애 2色 '헤다 가블러'

개막 전 경쟁 구도 부각됐지만

베일 벗은 두 '헤다'는 전혀 달라

'입센다운 VS 열린 해석' 대조적

같은 각본으로 즐기는 극과 극 연극

16일 개막한 국립극단의 '헤다 가블러(왼쪽)'와 일주일 앞선 7일 개막한 LG아트센터의 25주년 기념작 '헤다 가블러' 공연 모습. '원조 헤다' 이혜영과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 이영애가 각각 주역 헤다를 맡으며 연극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사진 제공=국립극단, LG아트센터




올 봄 헨리크 입센의 문제작 ‘헤다 가블러’가 동시에 두 무대에 오르며 연극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LG아트센터 25주년 기념작은 32년 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한 이영애를,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의 부임 첫 연출작은 ‘원조 헤다’ 이혜영을 주역으로 내세우며 두 작품의 경쟁 구도에도 관심이 쏠렸다. 정작 베일을 벗은 두 ‘헤다’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같은 대사, 같은 배역이지만 각기 다른 개성으로 변주된 두 명의 ‘헤다’를 통해 관객들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연극의 매력을 새삼 실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붉고 선명하고 주체적인 이혜영의 ‘헤다’


“그녀는 햇빛이 쨍한 거리에 놓인 심장이다. 피 흘리면서 팔딱거리는.”

16일 개막한 국립극단 ‘헤다 가블러’를 연출한 박 감독은 ‘헤다’의 이미지를 이같이 썼다. 그리고 배우 이혜영은 이처럼 붉게 드러난 심장 같은 헤다를 무대 위에 그대로 가져온다.

국립극단 '헤다 가블러'의 이미지 컷. 사진 제공=국립극단


작품은 화려한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주인공 헤다가 남편과 전 연인 등을 둘러싼 관계 속에서 고뇌하다 끝내 스스로에게 권총을 발사하며 파멸로 치닫는 36시간을 그린다. 극의 중심에 선 헤다는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파괴적인 충동에 사로잡힌 복잡하고 모순 가득한 문제적 인물로 해석돼 왔다. 하지만 이혜영은 헤다를 “살고자 했던 욕망에 충실했던 인물”이라고 본다. 실제 이혜영은 헤다를 이상에 다다르기 위해 욕망하고 욕망에 충실한 선택을 한 뒤 확신에 차 행동에 나서는 인물로 연기한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의 결혼이나 주변을 파괴하는 충동 등은 타인이 이해하기 어렵지만 헤다로서는 이유와 당위가 충분하다. 그렇기에 이혜영의 헤다는 공감할 수는 없어도 ‘그럴 수 있겠다’고 납득할 만한 인물로 완성됐다. 입센이 살아있다면 “내가 생각했던 헤다”라고 말할 것 같은 얼굴이다.

연출 역시 원작이 담은 정서를 쉽고 충실하게 전달하려 애쓴다. 시대 배경을 ‘히피즘(물질주의에 반대하는 반체제 운동)’이 성행했던 1970년대로 설정하고 신경을 건드리는 조명과 음악을 배치해 이상과 자유를 갈구하는 헤다의 복잡한 내면을 설명하고 보충한다. 또 인물 간의 긴장을 고조시켜 파국을 향하는 헤다의 감정선을 설득한다. 이혜영은 “가장 입센다운, 가장 클래식한 헤다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6월 1일까지.



보랏빛의 모호함을 닮은 이영애의 ‘헤다’


“제가 보는 헤다는 빨강이라기에는 너무 어둡고, 검정이라기에는 너무 붉은 여자예요. 언제나 모호하고 그래서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는. 또 치마를 입고 집에 앉아 있기에는 너무 자유롭고, 바지를 입기에는 겁쟁이인 사람이죠. 무대 위 헤다에 보라색 치마 바지를 입힌 건 제 결정이었죠.”

연극이 한창 공연 중인 13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이영애는 헤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영애가 그리는 헤다는 신비롭고 종잡을 수 없다. 오만하고 차갑게 굴다가 금세 다정해지고 경쾌하게 웃다가 어느새 우울해진다. 모두가 욕망하는 매력을 갖췄지만 본인은 모든 것이 권태로운 여성이다. 이영애는 이런 헤다에 대해 확신보다는 질문을, 단언보다는 여운을 택하며 ‘닫히지 않은 인물’을 그려나간다.

13일 기자들과 만난 배우 이영애. 사진 제공=LG아트센터


이영애 역시 “헤다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120년 전 창작된 원작의 굴레에 얽매일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실제 제작진은 시대적 배경조차 모호하게 변주한 리처드 이어의 각색본을 선택했다.

“헤다를 좀 더 넓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원작이 쓰였을 당시 있었던 결혼과 계급의 압박 등을 넘어 현대 사회 남녀 모두가 느끼는 제도적이고 관습적인 굴레의 스트레스를 상징하는 인물인 거죠. 그렇다면 그녀의 마지막 선택 역시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어떤 상징적인 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강점인 스크린 연기까지 적극 활용해 새로운 헤다를 선보이고 있는 이영애는 “연극이 오랜만이라 힘들지만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과 욕심도 생겼다”며 “앞으로도 배우로서 계속 새로운 작품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연은 6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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