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200시간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를 운용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60년간 공들여 온 심장수술의 한 축이 간호법 시행을 계기로 무너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정의석(사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위원장(강북삼성병원 교수)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간호협회가 환자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권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며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간호사의 진료지원 업무 범위를 △호흡기 △소화기 △근골격 등 11개로 세분화하자는 대한간호사협회(간협)의 발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정 교수는 "순환기와 심장혈관흉부를 무리하게 묶은 것도 모자라 PA(Physician Assistant) 수요가 가장 높았던 산부인과와 비뇨의학과, 외상외과 등은 아예 빠져있다"며 "간호법 제정을 계기로 체외순환제도의 합법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간협의 제안을 보고 기가 찼다"고 지적했다.
전문학회로서는 드물게 간호법 제정을 지지했던 흉부외과가 간협을 비판한 것은 ‘PA’로 불리는 전담간호사의 업무에 체외순환을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체외순환사는 수술 중 환자의 심장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에크모 등 장비를 통해 혈액순환을 유지하는 전문가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국가 자격으로 운영되지만, 한국은 별도 규정이 없어 PA와 마찬가지로 불법의 경계에 놓여있다. 학회는 15년 전부터 이론(28시간) 및 1200시간의 실습 교육 후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체외순환사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자체 규정을 만들어 인력관리를 해 왔다. 현재 활동 중인 264명 중 178명은 학회가 1200시간 실습과 시험을 통해 자격을 부여한 이들이다.
정 교수는 “고도의 의학·공학 지식이 필요한 업무를 200시간 교육으로 대체하겠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며 “체외순환사는 환자의 생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문성과 법적 보호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십년에 걸쳐 간신히 궤도에 오른 체외순환사의 제도화·특수화·전문화의 길이 사장될 경우 심장수술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안전은 물론 고위험 업무와 법적 책임에 내몰릴 간호사들을 위해서라도 체외순환사들을 법제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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