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캠프를 사칭한 노쇼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군부대를 사칭한 유사 수법의 사기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달 11일 광주 제31보병사단 인근에서 한정식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자신을 31사단 군수과 소속이라 밝힌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장병용 도시락 60인분을 주문했다.
A씨는 과거에도 군부대에 도시락을 납품한 경험이 있어 별다른 의심없이 주문을 받았다. 그러나 주문자는 이상한 요청을 해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돼 전시 상황이라 훈련 나온 군인들을 위한 전투 식량을 납품받아야 했는데 본인이 발주를 누락했다며 납품을 부탁한 것이다.
그는 특정 납품업체를 소개하며 6550만 원을 송금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순간 의아해 했지만 남성은 "도와주지 않으면 진급에 문제가 생긴다"며 감정적으로 호소했고, 식당의 메뉴와 반찬 구성까지 자세히 언급하며 마치 단골처럼 신뢰를 유도했다.
결국 A씨는 총 세 차례에 걸쳐 해당 업체로 거액을 송금했다. 하지만 이후 주문자는 도시락을 가지러 오지 않았고 연락도 두절됐다. A씨가 받은 명함은 실존하는 업체 이름을 도용한 가짜였고 사건은 납품 대납을 유도한 뒤 잠적하는 전형적인 ‘노쇼 사기’ 수법이었다.
A씨는 "기관에서 이런저런 부탁이 종종 들어오는 터라 경계를 늦추기 쉬운 상황이었다"며 "사기 사례를 많이 접하고도 실제로는 너무 교묘하게 속아 넘어갔다"고 털어놨다.
올해 들어 광주 지역에서만 84건의 유사 사기가 접수됐으며, 그중 54건은 지난달 한 달 동안 발생했다. 경찰은 계좌 추적을 통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겨냥한 사기가 늘고 있다"며 "기관 관계자를 사칭한 연락을 받으면 반드시 공식적인 경로로 사실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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