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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발'같은 가로수? 그늘이 없어요”…폭염에 광화문광장 시민들 땀범벅

가로수 아래 피서처 기대했지만…앙상한 가지만 보여

중부공원여가센터 “강전정은 과거 일…요즘은 약전정 지향”

10일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그늘을 찾고 있다. 사진=임혜린 기자




서울 도심이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여름철 ‘천연 그늘막’ 역할을 하는 가로수들이 잎이 부족한 모습에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는 과도한 가지치기 탓에 그늘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해 뙤약볕 속 시민들은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10일 찾은 광화문광장은 체감온도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시민들로 붐볐다. 시민들은 땡볕을 피해 가로수 아래로 모여들었지만 대부분의 나무 가지를 최대한 바짝 잘라내 닭발처럼 잘려나간 상태였다.

가족과 함께 광장을 찾은 허은아 씨는 “과한 가지치기로 휑해 보이는 가로수가 미관상 좋지 않다”며 “그늘을 위해 잎을 많이 남겨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경북 영덕에서 서울을 찾은 이희영 씨는 “광장 주변 나무가 휑하고 그늘이 없어서 너무 덥다”며 “영덕에선 가로수에 잎이 많았는데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말했다.

10일 종로구 광화문광장 사진=임혜린 기자


지자체의 입장도 이해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어머니와 함께 광화문 바닥분수를 찾은 안수미 씨는 “가지치기를 과하게 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며 “더 잘 자라게 하기 위한 조치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지치기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여름철 전정은 도시 열섬현상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져 왔다. 서울기술연구원이 지난해 7월 마포구와 중구 일대를 현장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로수 그늘은 주변보다 평균 15.4도 낮았고, 인공 그늘막은 8.4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가로수 그늘이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피서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실은 기준과는 거리가 있다. 산림청은 지난해 6월부터 ‘도시숲·생활숲·가로수 관리 기준’을 시행하며 약한 가지치기를 원칙으로 줄기 지름의 3분의 1 이상이거나 지름 10cm 이상의 굵은 가지는 가급적 자르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계속된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극한 기후 위기 속에서 가로수에 대한 양적인 확대에 치중되고 정작 관리는 덜 되고 있는 점이 문제”라며 “기준안 등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강제력이 없으니 실효성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10일 종로구 광화문광장 은행나무. 사진=임혜린 기자


서울시 중부공원여가센터는 “광화문광장은 2022년 재조성 당시 은행나무를 이식해오고 생육을 돕기 위해 강전지를 한 것이며 이후에는 별도의 가지치기 작업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경복궁과 같은 문화재 주변은 경관 훼손 우려가 있어 무분별한 전정을 할 수 없다”며 “최근에는 외주업체나 서울시 차원에서도 강전지보다는 약전지를 지향하고 있다. 강한 전정은 나무 생육에 좋지 않고 미관상 민원도 많아지는만큼 내부적으로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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